올 추석에 처음 적용된 대체휴일제를 놓고 비판의 소리가 나온다. 한편에서는 쉬고 한편에서는 일하는 반쪽짜리 휴일이 된 때문이다. 공무원은 물론 학교, 금융기관과 대부분의 대기업이 쉬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절반가량이 대체휴일에도 일을 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아이를 맡길 데가 없어 애를 태웠다고 한다.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서 대체휴일에도 일을 한 근로자들이 느꼈을 섭섭함, 박탈감은 당연하다. 정부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안이하게 대처한 결과다. 정부는 당초 법률을 통해 일률적으로 대체휴일을 의무화하려 했다. 하지만 재계가 인건비 부담, 경쟁력 약화 등을 이유로 반발하자 한 발 물러섰다. 법률이 아닌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대통령령'으로 관공서와 공공기관에만 의무화하고 민간은 자율에 맡겼다. 관행상 민간 기업도 관공서 공휴일 규정을 준용할 것으로 쉽게 생각한 것이다. 영세한 중소기업이 관공서 규정을 준용하면 대체휴일을 유급휴가로 처리해야 하는 부담을 가볍게 본 것이다. 정부가 대체휴일제를 도입한 취지는 휴식권을 보장함으로써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자는 데 있다. 내심 관광ㆍ레저 산업 활성화로 내수도 진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반쪽짜리 휴일이 되면서 그 의미를 상당부분 퇴색시켰다. 영세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그렇지 않아도 대기업 근로자들에 비해 임금과 복지 등에서 한참 뒤떨어져 있다. 노는 날마저도 차별을 받는다면 상대적 박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취지에 맞는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대체휴일 본래의 취지를 살리려면 모든 일터, 모든 근로자에게 대체휴일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침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등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나섰다. 관련 법규를 고쳐 대체휴일제의 근거를 법률에 명시해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재계도 대체휴일을 인건비 상승이라는 부정적 측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적절한 휴식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긍정적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일하는 날이 많다고 생산성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한국 근로자의 노동시간은 세계 최장 수준 아닌가.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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