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기록물관리법 뒤에 있는 '방탄 청와대'

국회·감사원, 세월호참사 당시 靑 보고서 제출 받지 못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방탄 국회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하지만 방탄은 국회 뿐 아니라 청와대에도 있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 청와대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의 견제에 대한 방탄조끼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7일 국회 운영위원회 현안보고에서는 야당 의원들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간에 자료제출 문제를 둘러싼 실랑이가 있었다. 당시 김 비서실장은 "위원님들의 자료요구에 저희들이 성실히 응하기 위해서 관련 자료의 내용을 많이 확인해 봤습니다만 요청하신 자료들은 법률에 의해서 비공개 정보 되는 것뿐만 아니라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관리될 것이 명백한 내용들이 있어서 제출 요구에 응하기 어려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비서실장은 "과거 운영위원회에서나 국정감사에서도, 과거 정부하에서도 이 대통령비서실 자료는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될 것이기 때문에 제출이 되지 아니했다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라고 말했다.이어진 현안보고에서도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김 비서실장에게 "실장님, 대통령께 하셨다는 서면보고 저희한테 자료로 제출해 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에 대해 김 비서실장은 "청와대 대통령기록물이라서 내 주기 곤란합니다"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자료제출 거부 이유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3일 뒤인 7월 10일 세월호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와대 기관보고에서도 김 비서실장은 다시금 자료를 요구를 요구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국가기록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라며 자료를 제공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같은 모습은 감사원의 '세월호 침몰사고 대응실태' 감사에서도 다시금 반복된다. 감사원측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5월29일 세월호 참사 당시 대응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청와대를 방문했으나 방문조사 당시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는 대통령기록물이라는 사유로 실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청와대를 감시해야 하는 의무와 권한을 가진 국회와 감사원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가로막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의 대응 상황이 어떠했는지에 대해 직접적인 확인 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대통령중심제가 표방하고 있는 3권분립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로 인해 멈춰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사실상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재난이 벌어졌을 때 청와대가 어떤 대응을 했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살필 수 있는 곳은 청와대 한 곳만 남게 됐다.이에 대해 임지봉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정조사는 입법부가 가지는 대 행정부 견제수단중의 대표적인 강력한 견제수단인데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 의해 비공개 될 사안이라는 이유로 그러한 국회의 국정감사 및 조사에 응하지 않는 것은 국정감사 및 조사 제도를 둔 취지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본질적으로 지정기록물이 될 것이라는 것만으로 자료 제출을 할 수 없다는 논리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을 당시 청와대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은 "지정기록물이 될지 안 될지는 먼저 분류를 해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가 모두 지정기록물이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 가운데 국민들과 함께 보는 보고서라고 해서 공개해도 무방한 보고서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리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김 본부장은 "필요하다면 기록 분류를 한 뒤에 제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대통령기록물 법 때문에 제출할 수 없다는 설명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임상경 전 대통령기록관장은 "대통령 기록물법이 제정된 기본 목적은 투명한 행정을 위한 공개와 제공, 그리고 이를 활용에 있다"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보고됐다고 해서 무조건 지정기록물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제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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