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
中 우시, 생물보안법 제재에 '불참'
국내 업체, 반대로 호재로 기회 노려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형 부스 마련해
위탁개발·생산 적극 홍보
세계 최대의 바이오 행사로 꼽히는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이 개막 직후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안보 견제를 펴는 미국이 생물보안법을 통해 중국 바이오산업 제재에 나서자 한국 기업은 이를 기회로 삼아 적극적인 고객사 유치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개막한 바이오USA의 주관기관인 미국 바이오협회(BIO)는 행사 사흘째가 되는 오는 5일 오전 키노트 강연 연사로 윌리엄 H. 맥레이븐 전 미국 특수작전사령관을 초빙했다. 주제는 ‘과학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안보에 중요한 이유’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군인이 연사로 나서는 것은 바이오산업을 안보 문제로 다루는 미국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날 열린 세계바이오협회위원회(ICBA)에서도 대만바이오협회 사무총장이 전체 위원장으로 선출됐는데, 이에 대해 "바이오산업이 중국을 타깃으로 한 정치 문제가 되고 있으며, 우리도 산업 안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해야 한다"고 이 부회장은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생물보안법의 제재 대상으로 포함되자 올해 바이오USA에 불참했다. 이 회사는 코로나19 여행제한 시기였던 2022년에도 바이오USA 행사장에 부스를 차렸지만, 올해는 정치적 갈등을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국내 CDMO 업계는 미·중 갈등 반사 이익을 기대하며 일제히 대형 부스를 열고 고객사 확보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의 위탁생산 능력에 더해 위탁개발(CDO) 능력까지 갖춘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삼성바이오는 개막 첫날부터 신규 CDO 플랫폼 S-텐시파이를 공개했다. 민호성 삼성바이오 CDO센터장 겸 영업센터장은 "배양 세포 수를 늘리면 항체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며 "세포를 농축해 최종 의약품 생산량을 2~4배 정도 늘리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S-텐시파이와 함께 고객 맞춤형 CDO 서비스인 셀렉테일러를 대형 부스에서 가장 눈에 잘 띄는 공간에 전시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전체 부스는 ‘신속하게, 유연하게, 고객을 중심으로’라는 슬로건에 맞춰 내년 4월 완공 예정인 5공장을 통한 78만4000ℓ의 세계 최대 생산 규모 유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삼성바이오의 노력 등을 소개하는 내용 등으로 꾸며졌다. 제임스 최 부사장은 "사전 확정된 미팅 건수만 85건"이라며 "빅 파마뿐만 아니라 작은 바이오텍까지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신속하고 유연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는 최근 글로벌 트렌드를 이끄는 항암제인 항체·약물접합체(ADC) 관련 CDMO 사업에 대한 의지도 재차 밝혔다. 인천 송도에 ADC CMO 설비의 연내 완공을 계기로 CDO 사업도 본격화한다. 삼성바이오는 그룹사들과 함께 마련한 펀드 등을 통해 스위스 아라리스, 미국 브릭바이오, 국내 에임드바이오, 리가켐바이오와의 협업에 나서고 있다.
다만 전체 CDO 수주 건수는 연간 두 자릿수를 기록해왔던 예년에 비해 최근 1년 새 4건 수준으로 급감했다. 민 센터장은 "CDO는 작은 회사들이 많아 (글로벌 바이오 시장 위축 등의) 영향이 있었다"며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업황이 돌아오는 추세여서 예전 수준으로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기존에 보유한 미국 시러큐스 공장에 ADC 생산 설비를 추가하는 한편 현재 짓고 있는 인천 송도 바이오캠퍼스를 통한 고객 모시기에 나섰다. 강주언 사업기획부문장은 "중국 CDMO와 거래를 끊으려는 잠재 고객사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생물보안법을 장기 호재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5~30건 정도의 미팅이 이미 잡혀 있고, 이 외에도 글로벌 제약사나 ADC 특화 업체의 현장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세포·유전자 치료제 특화 CDMO를 내걸고 바이오USA를 찾은 에스티팜도 "예년보다 더 많은 상담 문의가 들어온다 "며 "생물보안법의 영향이 확실히 있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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