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독일 기업공개(IPO) 시장에 모처럼 대어가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유로존 최대 온라인 패션 유통업체인 잘란도는 이날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신청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잘란도의 시장가치를 40억유로 이상으로 평가하고 있다. 50억유로에 이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잘란도는 지분의 10~11% 가량을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평가대로라면 잘란도는 IPO를 통해 약 5억유로 가량의 투자금을 유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로켓 인터넷도 조만간 30억달러 이상의 IPO 계획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켓 인터넷은 2008년 잘란도가 창업했을 때 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독일은 경제 규모에 비해 주식시장 규모가 왜소하다는 평을 받는다. 독일 전체 상장 기업의 시가총액은 국내총생산(GDP)의 49%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각각 126%, 139%에 이른다. 일본의 경우 90%르 넘고, 프랑스도 70%대를 나타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잘란도의 IPO 성공 여부가 독일 주식시장 규모를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대어가 등장하면서 증권사에 IPO에 대해 문의하는 은행들이 늘고 있다. JP모건에서 독일 자본시장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즈테판 바이너는 "현금이 풍부한 투자자들이 IPO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투자자들이 여전히 신중을 기하고 있는만큼 IPO 직전 실적이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독일 중소기업들이 워낙 보수적인 만큼 IPO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우선 '미텔슈탄트'라고 불리며 탄탄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풍부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굳이 지분을 매각해 투자금을 유치할 이유가 크지 않은 것이다. 실제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 통계에 따르면 은행들의 기업 대출 규모 증가가 미미할 뿐 아니라 대부분 중단기 대출 자금들이다. 또 굳이 투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면 주식보다 채권 발행이 더 유리할 수 있다. 독일 국채 금리가 미국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만큼 채권 발행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비금융권 독일 기업들이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은 140억유로에 불과한 반면 채권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는 750억유로에 이른다. 올해의 경우에도 현재까지 각각 130억유로, 570억유로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하지만 이미 주식시장에서 조달한 자금 규모가 지난해 연간 수준에 육박하는 등 IPO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향후 IPO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는 낙관론자들은 최근 미텔슈탄트들이 인수합병(M&A)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에 기대를 걸고 있다. 독일 짐리세는 올해 프랑스 식품원료업체 다이애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채권과 함께 주식을 발행해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시티그룹 프랑크푸르트 법인에서 M&A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크리스티안 케임은 독일의 미텔슈탄트들이 가족 기업 형태로 시작하지만 세계 시장으로 나아갈 때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며 이 경우 주식 등으로 자금 조달 방식을 확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박병희 기자 nu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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