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 대체휴일제 적용으로 올 추석연휴는 닷새나 되지만 청와대 직원들은 달랑 이틀을 보장받았다. 연휴 첫날인 6일과 마지막 날이자 대체휴일인 10일은 공식 근무일이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린다. 나머지 3일도 모두 쉬는 건 아니다. 각 수석비서관실에서 자체 계획을 짜, 직원들이 돌아가며 하루씩 근무해야 한다. 당장 사흘 후면 연휴가 시작되지만 7, 8, 9일 중 언제 근무가 걸릴지 모르는 직원들이 여전히 많다. 지방 출신의 한 비서관은 "추석 당일에 근무가 걸리면 어쩔 수 없고, 아니면 고향 가고"라며 허탈한 반응을 보였다.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연휴 내내 청와대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별다른 일정은 없지만 현안을 챙기며 하반기 국정운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직접 챙기지 않아도 규제개혁, 공직사회 혁신 등 핵심과제들이 자체 동력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박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다. 그런데 올 가을 대통령이 참석해야 할 국제회의가 다수 예정돼 있어 자리를 비울 일이 많다는 점은 박 대통령의 조급함을 더한다. 청와대부터 적극적으로 휴가를 떠나고 휴일을 지키는 것은 공직사회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청와대의 지나친 업무 위주 운영방식에 비판의 목소리도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런 비판이 청와대 분위기를 바꿀 것이라 기대하는 직원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당장 대통령부터 휴가나 연휴에 청와대에 머물고 있는 데다, 최근 있은 박 대통령의 '질책'은 그런 가능성을 제로(0)로 만들었다. 박 대통령은 여름휴가를 코앞에 둔 지난 7월 14일 내부 회의에서 "어차피 우리는 주말 없이 살아야 할 것 같아요. 다 각오하시고 들어오지 않으셨어요. 지금 각오한다면 때가 너무 늦었어요"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또 지난달 25일에는 규제개혁 성과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지난 5개월 동안 최선은 다했나요. 중소기업들이 고생하는 걸 보려고 늦추는 거예요? 앞으로는 그렇게 늦게 하면 안 됩니다"라며 전례 없이 엄한 목소리로 수석비서관들을 꾸짖었다. "청와대부터 모범을 보여 휴일을 지켜야 합니다"라는 발언을 할 만한 간 큰 참모는 없어 보인다.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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