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美 식료품업체 트레이더조에서 배울 점

이은형 美조지폭스대 객원교수

미국은 쇼핑천국이다. 소비자들의 선택폭과 가격, 반품처리 등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를 앞선다. 바꿔 말하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완전경쟁'을 해야 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가게 되는 식료품점 역시 경쟁이 대단하다. 집 근처 식료품점만 해도 트레이더조, 윈코푸드, 뉴시즌, QFC, 쓰리프트웨이, 세이프웨이, 홀푸드, 프레드 마이어 등 셀 수 없이 많다. 처음에는 정보가 많지 않고 경험도 별로 없어 이곳저곳을 무작위로 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부터 트레이더조의 단골이 되었다.  트레이더조에 대한 특별한 호감이 생긴 것이다. 이곳에 가면 한국식 바비큐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양념갈비를 살 수 있다. 한국에서 손님이 올 때마다, 그리고 이곳에서 바비큐 파티를 할 때마다 내놓았는데 반응이 좋았다. 우리 뿐만 아니라 외국인의 입맛에도 맞았다. 호감도가 급상승했다.  그리고 매장에 가면 마음이 즐거워졌다. 계산대에 줄을 서 있으면 멀리 있던 계산원이 와서는 자기가 지금 손이 비었다며 카트를 끌어주면서 데리고 간다. 직원들끼리는 종을 치면서 의사소통하는데 그 종소리가 아주 경쾌하다. 하와이언 셔츠를 입은 직원들이 즐겁게, 그리고 열심히 일을 하고, 손님들을 마치 동네 친구 대하듯 한다. 궁금증이 생겼다. 왜 트레이더조는 이렇게 다른가. 호기심과 설렘을 가지고 트레이더조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역시 트레이더조는 상당한 명성을 자랑하고 있었다. 마켓포스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 식료품점 중 소비자 만족도, 다른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곳 항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았다. 1967년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출발한 이 식료품점이 뉴욕 맨해튼 첼시마켓에 출점하던 2010년에는 개장 전부터 뉴요커들이 줄을 서서 기다렸을 정도였다. CNN은 미국 전역에 400여개의 점포를 가지고, 홀푸드와 맞먹는 매출액을 자랑하는 큰 기업이지만 여전히 '동네 가게'와 같은 친근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트레이더조의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가장 큰 강점은 바로 고객이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트레이더조의 전략이다. 바로 양념갈비가 하나의 사례다. 중국, 인도, 멕시코,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사먹어 봤더니 모두 맛이 있었다. 미국 시장을 구성하는 소비자분포와 최근 증가추세를 감안한다면 스마트하다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맞춘 것이다.  또 다른 강점은 트레이더조의 제품개발자들이 제품 구성을 일차로 선별함으로써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또한 경비도 절감하는 효과를 얻는다. 다른 대형 식료품점이 5만가지 제품을 판매한다면 트레이더조에서는 4000가지를 판매한다. 제품의 종류가 경쟁업체보다 적지만 소비자 만족도가 더 높다면 트레이더조의 제품개발자들이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선별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제품 수는 적어도 벨기에 버터 와플, 닭장을 벗어나 자유롭게 자란 닭의 알, 그리스식 요거트, 타이식 라임앤칠리 캐슈 등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한 상품을 살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트레이더조의 제품 중 80%는 자체 상표를 달고 있고 가격도 싸다.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달지도 못하고 가격도 싸게 공급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트레이더조에 물건을 납품하기 위해 공급업체들이 줄을 선다. 광고비, 쿠폰발행, 진열비 등 공급업체에 관행적으로 부과하는 비용이 일체 없다고 한다.  트레이더조의 가격경쟁력을 높여주는 또 다른 요소다. 치열한 경쟁에, 제품 차별화를 하기 어려운 전통적인 식료품업계에서 품질, 가격, 그리고 소비자 경험까지 갖춘 트레이더조의 성공에서 배울 점이 많다.이은형 美 George Fox University 객원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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