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형 눈덩이 가계부채의 심각성

금융위기 이후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가계부채는 줄고 있는 반면 한국은 거꾸로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서도 증가세는 이어지며 6월 말 1040조원에 달했다. 특히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 데 이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 가계대출 증가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은 2008~2013년 사이 가계부채가 연평균 8.7%씩 늘었다. 한은 자료로는 2008년 말 723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021조4000억원으로 해마다 8.2%씩 늘어났다. 선진국들의 가계부채가 줄거나 증가율이 축소된 것과 대조를 이룬다. 같은 기간 금융위기 진원지였던 미국은 매년 0.7%씩, 일본은 1.1%씩 줄었다. 독일과 영국은 연평균 증가율이 0.5%씩에 그쳤다.  걱정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달 1일 LTV, DTI 규제 완화와 14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크게 늘어났다. 국민, 우리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의 경우 7월 말 297조7000억원에서 지난달 28일 301조5000억원으로 3조8000억원(1.3%) 증가했다. 올 들어 매달 1조~2조원 가량 늘어난 데 비하면 증가폭이 2배에 이른다.  정부는 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이 은행권으로 옮겨오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분석했다. 한은도 아직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이하게 판단할 일이 아니다. 대출금을 정부의 규제완화 취지대로 주택구입에 사용한 경우는 48%뿐이라고 한다. 집을 담보로 빚을 내 생활비나 사업자금 등으로 쓰는 생계형 대출이 더 많다는 얘기다.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데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진한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가 활성화 효과보다는 가계빚만 늘리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될 것이다. 최경환 경제팀이 들어선 후 정부와 중앙은행이 경기회복에 집중하면서 가계부채를 걱정하는 소리는 쑥 들어갔다. 가계부채는 방심할 수 없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주의를 집중하면서 면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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