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재산세보다는 주민세다

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 교수

8월은 주민세 납부의 달이었다. 정부가 지방세 증세에 시동을 걸고 있는 만큼 연내에 지방세법 개정안이 제정될 경우 현재와 같이 착한(?) 주민세는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정부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 제시한 안에 따르면 주민세, 카지노 레저세, 담배소비세 등 지방세 인상 방안이 대거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균등분주민세를 최고 1만원에서 최저 1만원으로 상향조정한다는 안이 눈에 띈다. 이 경우 지난해 3175억원이던 주민세 징수액이 두 배가량 늘어난다는 전망이다.  만성적인 지방세수 부족에다 무상보육확대와 기초연금 등 무상복지 예산 증대로 인해 지방자치단체들이 재정압박을 받고 있어 근본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을 터다. 그러나 레저세나 담배소비세 등 사회적 동의를 얻어내기 쉬운 세금과는 달리 주민세는 소득이나 재산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부과되기 때문에 서민증세의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주민세 인상에 적극 찬성함을 밝혀둔다. 아니 정확하게는 재산세 중심의 지방재정구조가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주민세 등 다른 세수가 발굴되길 기대한다. 우선 현재 지방세수는 오로지 재산세 등 자산과세에만 일방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적으로 지방세 중 재산세의 비중은 2012년 말 현재 14.7% 수준이지만 기초단체로 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군 단위에선 21.8%, 시 단위는 27.6%, 그리고 구 단위에선 무려 74.2%나 된다. 취득세의 경우 서울시는 23%, 광역시는 34%, 도는 무려 53%나 된다. 기초는 재산세, 광역은 취득세로 유지되는 셈이다.  문제는 자산과세 중심의 지방재정은 부동산 경기에 너무 취약하다는 점. 재산세의 과세표준이 실거래가를 반영하는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엔 부동산 거래량이 현격하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이 크다. 2005년 56.2%에 달하던 재정자립도(순계기준)는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2013년 51.1%, 그리고 2014년엔 44.8%로 떨어지는 등 지방재정이 급속도로 악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자산과세의 비중을 줄여야만 부동산 경기에 관계없이 지방재정의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재산세 위주의 지방재정은 필연적으로 난개발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재산세가 가장 중요한 재정수입인 상황에서 가급적이면 부동산 개발을 유도하는 편으로 정책을 펴나가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지역유지들도 대부분 부동산 개발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서 단체장으로선 '꿩 먹고 알 먹고' 식이다. 도시계획을 위해 난개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세수확보라는 현실의 벽 앞에 부딪히고 만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지역주민 간의 과세형평성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자산과세 중심의 지방재정하에서 주택 소유자와 비소유자 간의 역차별의 문제다. 주택을 소유하지 않는 거주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자체에 재산세를 내지 않는다. 만약 자동차 등록까지 다른 지역으로 돼 있는 경우 내는 세금이 없다. 반면 지자체가 제공하는 행정 서비스와 복지 혜택은 재산세 납부 여부를 묻지 않고 제공된다.  주민세는 해당 지자체 주민들 간엔 일률적이지만 지자체별로 차이가 난다. 따라서 지자체의 행정서비스가 누구에게나 일률적으로 돌아간다는 점과 지자체별 행정서비스와 복지혜택의 차이를 동시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점에서 주민세는 지역 내에선 공평하고 지역 간엔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 결정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긴다. 현실은 사실 그 반대다.  물론 주민세 세수(기초단체에서 1% 내외)가 재산세와 비교조차 되지 않아서 재산세의 대안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악화일로인 지방재정의 안정성을 위해 지방세를 더 걷어야 한다면 문제가 많이 노출된 재산세 대신 주민세 등 다른 세원의 비중을 높여 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주민세는 세대별 과세라는 점에서 독거노인이나 1인세대에게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법 제정시 감안할 필요가 있다.최성범 우석대 신문방송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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