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어제 과장급 직원의 국회 회의 참석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고 선언했다. 청사가 세종시로 이전한 것에 맞춘 업무방식 효율화 조치 중 하나다. 여의도에 있는 국회에 갔다 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업무의 공백이나 비효율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회기에는 물론 비회기에도 의원이나 보좌관이 수시로 부른다. 국토부 스스로 필요해서 국회에 드나들기도 했다.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어도 그래 왔다. 이제 과장급부터 그런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국토부의 경우 전체 업무 중 과장 전결 대상이 64%다.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정책의 기안 단계 책임자가 과장이다. 군대에 비유하면 소대장이나 중대장 같은 최일선 전투단위 지휘관이다. 이처럼 업무의 핵심 축인 과장급 직원들의 발을 세종시에 묶기로 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다. 진작 그렇게 해야 했다. 국토부에 그칠 게 아니다. 기획재정부 등 세종시로 청사를 옮긴 다른 부서들도 다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의 업무 전반을 효율화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다수 주요 부서의 청사를 세종시로 옮긴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오죽하면 '실ㆍ국장 이상 간부는 서울에서, 5급 이하 직원은 세종에서, 과장급은 서울과 세종 사이 길 위에서 일한다'는 자조의 말이 세종시 공무원들 사이에 유행했겠는가. 국토부는 이번 조치에 '세종시 품에 안기기'라는 이름을 붙였다. 관에서 내건 캐치프레이즈치고는 모처럼 감각적이다. 옳다. 바로 그렇게 돼야만 세종시가 말 그대로 자족적인 행정도시로 자리 잡게 된다. 문제는 이런 금족령은 선언만으론 오래가기 어렵다는 데 있다. 장ㆍ차관이나 실ㆍ국장이 국회에 갈 때 실무자를 일일이 데리고 가야 안심하는 태도를 버리지 못하면 다시 슬그머니 기존 관행이 되살아날 것이다. 국회도 협조해야 한다. 별일도 아닌 것을 가지고 세종시 공무원을 불러서는 곤란하다. 계속 그러면 정부의 금족령이 차츰 유명무실해질 것이다. 국정감사 때 감사장 안팎에 수많은 공무원이 우글거리며 대기해야 국회와 의원들의 권위가 선다는 관념도 버리길 바란다. 대신 국회가 요구하는 자료는 공무원들이 더욱 성실하게 준비해 온라인 전송수단이나 전담인편, 배달 등으로 보내주면 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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