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퇴직연금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핵심은 가입대상을 늘리고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모든 기업의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40%에서 70%로 올리고 기금형 제도를 새로 도입하는 등 자산운용 규제도 완화한다. 대신 판매에서 운용, 수익률 공시까지 단계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정책 방향은 옳다고 본다. 2011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1.6%의 4배가 넘는다. 하지만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평균 가입기간이 8.1년에 불과한 데다 40년을 가입해도 소득 대체율은 47%에 그친다. 기초연금도 20만원이 최대다. 그만큼 보장 기능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사적연금의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도입 10년째지만 퇴직연금 가입률은 16%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대기업은 91.2%지만 중소기업은 15.9%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여유자금 부족 등을 이유로 퇴직연금보다 퇴직금을 택하기 때문이다. 안전성 위주로 운용하다 보니 수익률이 연 2~3%인 점도 약점이다. 노후 소득보장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사회보장의 일환으로 가입을 강제화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운용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걱정스러운 점이 없는 건 아니다. 기금형 제도의 경우 수탁기관이 수익률만 생각하고 무리한 투자를 벌이다 근로자의 노후 자금에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실제 2012년 일본에서 기금 손실로 80여만명의 근로자가 연금 일부를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었다. 운용 규제 완화도 고수익을 좇아 고위험 투자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영세 중소기업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 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퇴직연금은 수익성과 안전성의 조화 속에 근로자의 수급권를 보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급권을 보호할 확실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기금 수탁자의 책임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운영 부실을 막을 감독 장치를 마련하는 등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부담이 커질 영세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방안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노후 소득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기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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