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금융권 보신주의' 타파에 팔을 걷고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이를 주된 내용으로 한 '창조금융 활성화를 위한 금융혁신 실천계획'을 보고하고 은행권부터 순차로 시행하기로 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금융권 보신주의를 거론하며 질타한 지 한 달 이틀 만이다. 발 빠른 진행이다. 그만큼 정부가 성장잠재력 제고는 물론 당장의 경제활성화에도 금융권 보신주의가 심각한 장애요인이라고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실천계획'은 박근혜정부가 핵심 국정의제로 내세운 '창조경제'를 뒷받침하는 '창조금융'의 촉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차주의 사업계획이나 신용에 대한 평가는 뒷전으로 미루고 대기업이거나 담보만 넉넉하면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의 보수적 대출관행과 사고만 안 나면 된다는 안일한 영업태도를 깨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실대출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임원이 아닌 직원 개개인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를 90% 이상 없애기로 했다. 대신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는 강화된다. 은행의 건전성 외에 혁신성에 대해서도 평가제도를 도입하고 기술금융 우수 금융회사에 이차보전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방향은 맞다. 우리 금융회사들이 보신주의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보수적인 경영과 영업을 해온 사실은 통계로 확인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금융권 대출 중 담보대출 비중은 39%대에서 44%대로 확대됐다. 반면 신용대출 비중은 50%대에서 42%대로 축소됐다. 기업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 비중도 83%대에서 73%대로 줄었다. 은행권 수익 중 해외수익 비중이 5% 미만인 것도 보수적인 경영과 영업 탓이 크다. 그러나 실효성은 의문이다. 실무직원의 면책 범위를 넓혀준다고 보수적 경영과 대출관행이 당장 혁신될 것 같지 않다. '창조금융'을 제대로 하려면 각 금융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수준 높은 대출심사ㆍ위험분석ㆍ신용평가ㆍ사후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이런 능력을 단기간에 갖추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고위험 기술금융은 어차피 은행이나 보험회사보다 투자회사나 자본시장의 몫이다. 기술금융 확대 유도는 금융업권별 특성에 맞게 추진돼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