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물리는 과징금을 애초 산정한 금액에서 절반 이상을 '축소 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법령상 조정 사유를 고려한 것이라고 하지만 과도한 감면으로 불공정 거래 행위 근절을 위한 징계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과징금 조정 과정에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소지가 커 감면의 타당성과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고무줄' 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경제개혁연구소가 공정위의 2011~2013년 과징금 부과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제재 대상 781개사의 당초 과징금 산정 기준액은 4조8923억원이었다. 하지만 위반 행위의 기간 및 횟수, 현실적 부담 등을 고려한 조정을 거쳐 최종 부과된 과징금은 2조3256억원에 그쳤다. 감경률이 52.5%로 절반 이상을 깎아준 셈이다. 대상 기업의 83.99%인 656개사가 과징금을 경감받았다. 담합 사건에서 자진신고에 따른 감면액을 포함하면 실제 감면액은 이보다 많고 감면율도 높아질 것이다.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다지만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을 이처럼 줄여주는 것은 지나치다. 공정위가 과연 불법 행위를 근절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과징금 감면 사유가 많고 감면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일례로 감경 사유 중 '종합적 판단'에 따른 감경이 30.4%로 가장 많았다. 그런데 그 종합적 판단이라는 것이 사업 여건, 시장에 미치는 효과, 납부 능력, 발주자의 유도 및 의존도 등으로 모호하다.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매우 크다는 방증이다. 감면 사유와 그 정도가 과연 적정한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제재는 기업 생존을 위한 경제활동에 지장을 줄 정도로 가혹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러나 불법 행위로 인한 이익이 제재로 인한 불이익보다 더 커서 적당히 과징금만 내면 끝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최소한 부당이익을 환수할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한다. 나아가 매출액의 2%인 과징금 상한을 올리는 등 적발되면 기업경영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줄 정도로 엄정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다. 감면 요건과 정도를 엄격히 하는 등 감경 과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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