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장
브라질 월드컵이 독일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월드컵이 끝난 후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는 개최국인 브라질이 거둘 경제적 수익일 것이다.최근 브라질 연방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 중 브라질을 입국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대비 130% 이상 증가한 70만명에 달한다. 7월 첫 주에만 6만7000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했다. 이와 관련해 브라질 관광부는 월드컵 본선 경기가 열린 12개 도시의 관광수입이 67억헤알(약 3조736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시적인 성과 외에도 브라질 월드컵은 브라질 자체를 관광국가로 홍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는 향후 관광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더 많은 수익이 창출될 수 있음을 뜻한다. 우리 정부도 지난 3월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주요방안에 '관광서비스업 육성'을 포함하는 등 관광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여행편의성 제고, 국내외 관광객 저변 확대를 위한 관광거점 육성을 하반기 들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작년 7월 발생한 아시아나항공의 샌프란시스코공항 사고에 대한 행정처분도 현재 국가가 제시하는 전략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지난 6월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발표한 석연치 않은 사고조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선 NTSB의 조사결과를 분별적으로 수용해야 하기는커녕 벌써 사고항공사에 대한 강한 징계를 거론하고 있다. 만약 운항정지 같은 처분이 있게 된다면 국가 자산인 운수권이 일시 유실되고 외국인들에게 국적항공사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게 된다. 이는 1992년 첫 취항 이후 20여년간 구축해 온 인천~샌프란시스코 노선이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현재 샌프란시스코 노선에는 국적항공사 외에도 외국항공사들이 운항 중이다. 국적항공사의 운항정지는 외국항공사에 반사이익을 가져다 준다. 이는 곧 국부가 유출된다는 것을 뜻한다.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등 총체적으로 관광서비스 육성이란 국가 전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국의 경우에도 자국항공사에 대한 국제선 운항정지 처분 사례는 찾아 볼 수 없다. 글로벌 경쟁 시장에서 자국항공사 보호와 국가 이익을 고려하고 있는 처사다. 여기에 항공사의 운항정지 처분은 단순히 항공사에만 가해지는 페널티가 아니다. 이를 이용하는 전 세계 승객, 해당 노선을 판매하는 전 세계 크고 작은 여행사 및 대리점 역시 페널티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고로 인한 운항정지 규정을 들어보지 못한 타 국가의 승객 및 전 세계 대리점들이 한국 항공사의 급작스러운 비운항 사유 안내를 듣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사고 항공사의 정상참작 사유도 있다. 사고 직후 긴급한 상황에서도 사고기 승무원들이 마지막까지 기내에 남아 침착하게 대피를 돕고 헌신적인 구조 노력을 펼친 덕분에 인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은 공개회의 석상에서 '승무원들의 프로정신과 평소 철저한 훈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침체된 경기 회복에 대한 각고면려(刻苦勉勵)가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최근 한중 영수회담 이후 중국인에 대해 단계적으로 무비자 입국을 검토하게 되면서 내수경기 부양을 위한 관광서비스업의 역할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관광서비스업 육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국적항공사의 의지를 꺾는 과도한 징계는 피했으면 한다. 현행 항공법은 '운항정지와 과징금'을 선택적으로 부과할 수 있게 해 놨다. 이 중 국익 유실과 여행업계 악화의 부작용을 피할 수 있고 이용객 불편도 최소화할 수 있는 과징금 방식을 장려함이 옳다고 본다. 월드컵이란 국제행사를 통해 관광산업을 육성해 자국에 막대한 이익을 가져오게 된 브라질의 예를 보면서, 우리 정부도 어떤 행정처분이 국익에 득이 되는지를 심각하게 재고해보기 바란다.양무승 한국여행업협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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