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득불평등 개선에 무력한 조세체계

재정재원 조달, 효율적 자원배분과 더불어 소득재분배는 조세의 3대 기능으로 꼽힌다.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빈부격차를 완화해 사회의 통합성을 높이고 경제의 선순환을 강화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조세체계는 이 기능에서 2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다. 이러한 사실은 최근 국회 예산정책처가 OECD 통계를 가지고 분석해본 결과에서 또다시 확인됐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빈곤율은 세금을 내기 전의 소득 기준으로 17.3%, 세금을 낸 후의 소득 기준으로 14.9%였다. 여기서 빈곤율은 소득이 중위값의 절반 미만인 가구의 비중을 말한다. 세금이 빈곤율을 고작 2.4%포인트 낮췄을 뿐이다. 하락폭이 칠레와 함께 공동 꼴찌다. 같은 해 OECD 회원국 전체의 과세 전후 빈곤율 하락폭 평균인 17.6%포인트에 견주기가 민망하다. 나라별로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민망한 정도를 넘어 부끄러울 지경이다. 프랑스는 세전 빈곤율이 34.7%로 1위인데 세후 빈곤율은 7.9%로 18위다. 조세로 빈곤율을 무려 26.8%포인트나 떨어뜨린 것이다. 이 나라를 포함해 독일, 핀란드, 영국 등 세전 빈곤율이 30% 이상인 6개국이 모두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적극 활용해 세후 빈곤율을 10% 이하로 낮췄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세전 27위(17.3%)에서 세후 5위(14.9%)로 순위가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제 정부가 발표한 올해 세법개정안이 조세체계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한층 더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우려된다. 정부가 경제활성화에 초점을 맞춰 세법개정안을 마련하다보니 소득재분배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됐기 때문이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의 일환으로 도입하겠다는 대주주 배당 분리과세, 가업상속 공제의 대상 확대 및 요건 완화 등은 고소득ㆍ고액자산 계층의 세금부담을 경감시킬 것이다.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혜택은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상대적으로 봉급수준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정부와 국회는 세법개정안이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에 미칠 효과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보완조치가 필요하다면 단ㆍ중ㆍ장기의 기간별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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