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밝았는데…이통사 단말기 추가 구매 부정적10일 어음만기 도래…현금 확보 못하면 늦어도 11일 판가름채권은행들 원금 회수율 20% 안팎…협력사들 줄도산 위기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김혜민 기자] 팬택이 8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여부를 결정하는 마지막 날을 맞았다. 기업개선작업(위크아웃) 지속을 위해서는 현금 확보가 급선무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이동통신3사와 채권단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팬택은 이날 역시 상황 변화가 없으면 늦어도 오는 11일 법정관리를 신청한다는 입장이다. 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팬택은 상황 변화가 없을 경우 이날 오후, 늦어도 11일에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예정이다. 가까스로 워크아웃이 재개됐지만 이통 3사가 단말기 추가 구매를 거부하면서 사실상 자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역시 이통 3사의 단말기 구매 없이는 더 이상의 지원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다. 팬택 관계자는 "지난 5일 이통사들이 13만대 규모의 팬택 단말기 구매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졌다"며 "10일 어음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상황 변화가 없으면 늦어도 11일에는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팬택 일지 및 주요 채권은행 차입금 규모
팬택이 법원 주도의 구조조정인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은행의 원금회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팬택에 빌려준 돈을 모두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모두 대손충당금으로 전입돼 손실로 집계된다.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7일 이내에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에 대한 법원의 판단에 따라 개시 전까지 팬택에 대한 금융권 대출은 물론 이통3사의 상거래채권 등 모든 채무가 일단 동결된다. 팬택 입장에서는 당장 돈을 갚을 필요가 없게 된 것이지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자금이 묶이는 셈이다. 금융권 차입금은 총 5200억원 규모로 산업은행이 2100억원을 빌려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여신 규모가 두 번째로 많은 우리은행은 1600억원 수준이며 농협이 800억원 규모로 뒤를 잇는다. 채권은행은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과 동시에 이들 금액 전액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채권은행들은 현재 팬택 관련 채권을 고정이하(고정·회수의문·손실추정)로 분류, 예상부도율과 예상손실율을 계산해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은 상태다. 차입금이 가장 많은 산업은행은 50% 이상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아놨다. 이통 3사와 협력업체의 매출채권 등 상거래채권은 4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법원은 팬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30일 이내에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개시로 결정이 날 경우 이후 자산·채무 실사를 거쳐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계산하고 4개월 내에 회생 혹은 청산 여부를 판단하게 될 전망이다. 채권단은 팬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청산단계로 곧바로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통 3사가 단말기 구매에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추가 실적을 낼 만한 판로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팬택 채권을 보유한 은행과 이통 3사는 법원의 법정관리 결정에 따라 손실 규모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회생절차를 밟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법정관리인의 회생계획안에 따라 채권회수율이 결정된다. 회생계획안에는 법정관리 기업의 향후 변제계획이 담긴다. 법정관리 회사에 대한 채권원금 회수율은 평균 20% 안팎이다. 금융권의 차입금이 상거래채권보다 선순위 채권으로 분류돼있어 이통 3사는 채권 회수를 거의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조차 팬택의 구조조정을 포기해 결국 청산절차에 접어들 경우에는 좀 더 셈법이 단순하다. 팬택 사옥 등 팬택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해 얻은 돈으로 은행과 이통3사, 협력사 등이 채권액 비율에 따라 나눠 갖게 된다. 이 역시 선순위 채권으로 분류된 은행이 먼저 채권을 회수하게 된다. 팬택 협력사들은 줄도산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550여곳의 팬택 협력사들은 물량이 공급되고 4개월여 후에 대금 결제를 받아왔다. 지난달 연체는 3월 납품분에 대한 것이었다. 앞으로도 6월 공급 물량까지 4개월 분의 대금 결제가 남아있다. 홍진표 팬택 협력업체 협의회 회장은 "팬택 협력사 550곳 가운데 30%는 삼성전자·LG전자 등 타 제조업체들의 물량 공급도 동시에 하고 있다"며 "4개월치 팬택 공급분 대금 결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규모가 큰 이들 부품업체 자금사정도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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