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시대, 대립하던 이통사·서비스사업자 '한배' 탄다

-소비자 데이터 사용료, 서비스업체가 대신 부담 '유료 피어링'-통신사는 데이터 매출 보전, 서비스업체는 매출 확대 '윈윈'-'망중립성' 논란 넘어서는 새로운 사업모델 확산될 듯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네트워크 서비스의 이용료를 소비자가 낸다는 지금까지의 통념이 깨지고 있다. 이동통신산업의 중심이 음성통화에서 데이터로 변화하면서 이제 서비스제공자가 망 사용대가를 부담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이통사와 모바일서비스 사업자가 제휴를 통해 소비자의 데이터사용료를 면제하는 '유료 피어링(Paid-Peering)' 사업 모델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예를 들어 A통신사의 가입자가 제휴관계인 B업체의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데이터통신 과금을 면제해 준다. 즉, 소비자가 낼 데이터통신료를 B업체가 대신 부담하는 것이다. 통신사는 망 사용 대가를 받고, 소비자는 데이터 걱정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업체는 사용자 증가로 수익을 늘리는 '윈-윈' 사업인 셈이다. 지금까지 이통사 등 네트워크 제공 사업자들, 그리고 망 기반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오버 더 톱)'사업자들은 망 사용 대가를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놓고 대립해 왔다. 망 사업자들은 OTT사업자들이 과도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한다며 통신망 투자비용을 이들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OTT사업자들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통신망의 개방에 차별을 둬선 안된다는 '망 중립성' 원칙을 들어 이를 반대한다. 국내에서도 카카오톡같은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에 대해 이통사들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망 사용대가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데이터무제한요금제의 확산 등 시장환경의 변화로 인해 대립하던 양측 간의 타협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에서 올해 1월 등장한 통신사 AT&T의 '스폰서드 데이터'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같은 동영상 콘텐츠 서비스 기업이 데이터 사용료를 대신 내고 소비자들은 데이터 걱정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온라인 커머스기업 '이베이'도 버라이즌·AT&T·스프린트와 유료 피어링 계약을 맺은 바 있다.국내에서도 이통사들이 자사 서비스를 넘어 다른 업체와 유료 피어링 계약을 맺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SK텔레콤의 경우 지난해 10월 GS홈쇼핑과 제휴해 모바일 서비스 이용시 데이터사용료를 면제하는 '기업과금데이터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10월부터 1월까지 GS홈쇼핑의 모바일 서비스 이용자 체류시간이 20% 늘어났으며, 접속건수도 6% 이상 증가했다. SK텔레콤은 온라인마켓 '11번가'에 이어 소셜커머스 '티켓몬스터'와도 제휴 폭을 넓혔다.KT도 음악서비스 '지니'의 데이터 차감을 면제하면서 가입자 유치에 나섰고, 순방문자수가 올해 1월 약 180만명에서 5월 210만명으로 급증했다. 지난달에는 롯데마트와 손잡고 모바일 앱 이용시 데이터를 무료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같은 사업모델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하느냐를 넘어 사용자가 얼마나 오래 서비스를 사용하느냐로 개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소비자에게는 통신비용 부담을 없애고 서비스 제공업체는 비용 대비 효율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면서 "모바일 커머스나 게임을 넘어 앞으로는 교육· 멀티미디어·모바일 광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것이며 더 나아가 모바일 고객센터 등 인프라 서비스에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정부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국 관계자는 "아직 초기단계인데다 일단 사업자 간의 자율적 협상에 의한 것인 만큼 정부가 개입할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특정 이용자에 대한 차별이나 지배적 사업자에 의한 '쏠림'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며, 만약 발생한다고 해도 현행 법체계 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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