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화해모드…중재자는 사물인터넷

- 中 스마트폰업체 성장에 양강 구도 흔들…家電없는 애플, 구글 종속 우려하는 삼성 이해관계 맞아 떨어져[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권해영 기자]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특허소송을 철회키로 하면서 배경은 물론 앞으로 양사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기간 이어지던 소모적인 싸움이 화해 모드로 접어든 만큼, 이제는 협력 관계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세계 정보기술(IT) 업계가 급변하고 있는데다, 중국 업체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선두 업체들이 연합 전선을 구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싸울 시기 아니다…중국 등 新경쟁자 대응해야= 양사의 특허 소송은 지난 2011년 4월 애플이 미국 법원에 삼성전자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미국과 한국, 독일, 일본,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프랑스, 호주 등 9개국으로 확대됐다.4년여간의 싸움을 끌어오며 양사는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공개한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는 25.2%, 애플은 11.9%를 보이며 합계 37.1%에 그쳤다. 한 때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점유율은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중국 등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들이 성장하며 양강 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견제의 대상이 나타난 만큼, 소모적인 논쟁은 중단하고 혁신 상품 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내 특허소송을 통해 라이선스 협상을 마무리 지은 뒤 점진적인 협력관계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분야가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모바일 기기와 TV, 각종 생활가전 제품들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모든 디지털기기가 서로 연결되는 세상이 된 만큼, 두 회사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애플 입장에선 세계 TV 시장 1위, 냉장고 시장 1위인 삼성전자를 배제할 경우 사물인터넷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어렵고, 삼성전자 입장에선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중심으로 사물인터넷 사업을 확장시킬 경우 결국 구글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미 스마트폰 시장서도 구글이 당초 파트너십 관계를 넘어 삼성전자의 OS 독자 개발 전략에 불편한 심기를 표명하는 등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협력하면 삼성전자는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도 자사 TV와 생활가전 제품 등의 연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애플 역시 아이폰,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삼성전자의 각종 가전 제품들과 연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 전자계열사도 장기적으로 호재= 특허분쟁으로 틀어졌던 양사 간 비즈니스도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은 한때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구매하는 최대 고객이었으나 소송이 터지며 구매처를 미국ㆍ일본 업체 등으로 다양화했다. 그러나 '화해모드'로 돌아선 만큼 자사 제품에 채택하는 삼성 부품 비중을 늘릴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소송을 취하한다고 해서 갑자기 매출이 변하진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삼성 부품 구매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삼성 디스플레이 역시 장기적으로 호재다. 아직까지 아이폰ㆍ아이패드ㆍ맥북 등의 LCD 패널은 LG디스플레이의 비중이 높은 상황이다. 그러나 앞으로 삼성디스플레이의 비중도 늘리면서 애플은 부품사간 가격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 실제로 9.7인치 아이패드용 패널 출하량을 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절반 가까이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기술력에서도 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디스플레이는 주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로 생산하고 있지만, 고객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중소형 LCD패널도 생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8세대 대면적용 LCD 라인을 이용해 현재도 중소형 LCD패널을 늘리고 있고, 앞으로도 고객사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 애플이 웨어러블 기기에 OLED 패널을 채택할 경우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을 고객사로 삼을 수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이라는 새로운 대항마가 나타나면서 선두 주자들이 부품, 세트 등 전방위에서 손을 잡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며 "글로벌 업체들이 협력 구도로 돌아서게 되고 삼성도 함께 할 경우 IT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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