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27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생방송-대통령과의 대화'에 등장했다. TV와 라디오를 망라한 이날 생방송의 이슈는 세종시 계획 수정과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 이 대통령은 세종시 계획 수정 추진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4대강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4대강 수질오염 문제에 대해서는 이 대통령에게 비장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로봇 물고기'였다. 생방송 현장의 홍보 영상에 로봇 물고기(생체모방형 수중로봇)가 모습을 드러냈다. 4대강을 무리지어 헤엄치면서 수질오염을 측정하는 임무를 맡게 될 로봇이다. "저건 낚시를 해도 (미끼를) 물지 않아요." 대통령의 농담에 패널과 청중들이 폭소를 터뜨렸다. 이날의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국회에서는 '현장 검증도 해보지 않은 수족관 로봇이 제대로 작동하겠느냐' '수질오염 문제를 그런 식으로 대처하느냐'는 성토가 쏟아졌다. 학계 일각에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깜짝 쇼'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로부터 5년 가까이 지난 지금, 로봇 물고기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어제 국회에 제출한 '산업기술 분야 연구개발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서 로봇 물고기는 헤엄을 제대로 치지 못하는 불량품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서의 목표대로라면 1초에 2.5m를 유영해야 하지만, 감사원이 직접 시험해본 결과 23㎝에 그쳤다는 것이다. 생태 모니터링 센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오염 측정을 할 수 없었고, 수중통신 속도와 거리도 목표치에 훨씬 못 미쳤다. 특히 그동안 제작된 9대의 로봇 물고기 중 7대가 고장나 군집제어나 위치인식 등의 측정은 아예 불가능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로봇 물고기 최종평가위원회는 지난해 6월 개발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며 '성공'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감사 결과 개발주체인 한국생산기술원이 수치를 속여 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패한 개발사업을 성공한 것으로 조작한 것이다. 로봇 물고기를 둘러싼 한바탕 소동은 단순한 기술개발의 성패 문제를 넘어선다. 거대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돌출한 상징적 해프닝이다. 국책사업의 엄정한 추진을 다짐하는 뜻에서 '로봇 물고기'를 정부청사 잘 보이는 곳에 영구 전시하는 것은 어떨까.<ⓒ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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