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임팩트 투자'에 거는 기대

이재우 보고펀드 공동대표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리먼브러더스 파산사태 등으로 가깝게 지내던 동료들과 수많은 업계의 종사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는 것을 보았다. 대체로 이들은 타고난 머리와 학벌, 그리고 막강 스펙을 쌓아 이 업계에 어렵게 입성한 사람들이다. 이들이 세간으로부터 부의 불균형을 가속화시켰고 경제위기를 몰고 온 원흉으로 몰리는 사태에 이르렀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정도전'에서 고려 말기 일부 귀족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다가 왕조의 종말을 맞는 이야기가 보여주듯, 또 프랑스 혁명의 역사가 말을 해주듯, 지나친 힘의 불균형은 새로운 균형을 만들고자 하는 힘에 의해 몰락하는 것이 역사적 경험이다.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는 '시장은 언제나 옳다'고 주장하던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가져오고 부의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해 보고자 제3의 길을 찾게 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즉, 국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복지와 분배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가 못지않게 비대해진 경제계가 보다 큰 책임감을 가지고 경제가치뿐 아니라 사회가치를 추구해야 하고 그래야만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시장자본주의가 좀 더 성숙하고 지속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임팩트 투자'라는 새로운 사회적 금융 개념을 접하게 됐다. 임팩트투자란 환경ㆍ복지 등 여러 사회 현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재무적 수익 창출을 추구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이른바 '착한 투자'다. 이는 더불어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진화된 투자기법이라는 생각이 들게 됐다. 사회 불균형 해소와 긍정적 변화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임팩트 투자의 스펙트럼은 꽤 넓다. 거의 무수익 공익기업에 가까운 사업에 대한 투자로부터 일반 기업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영리형 사업까지 분포한다.  투자금 성격도 다양하다. 원금 손해도 감수하는 데서부터 원금을 보장하는 채권 형태, 그리고 일반 헤지펀드나 사모펀드처럼 고수익 고위험형까지. 일반적인 투자의 경우 리스크와 리턴의 두 가지 축으로 투자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반해, 임팩트 투자는 이 두 축에 사회적 영향이라는 한 축을 더 얹어 결정한다고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을까 한다. 사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세금을 올린다거나 기부를 더 많이 하는 것은 당연히 이뤄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는 가진 것을 지키며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를 거스르는 행위라 생각만큼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하지만 임팩트 투자는 투자다. 어차피 잉여 자산은 투자를 해야 할 것이고, 이 투자 자산의 일부를 더 좋은 사회를 만들면서 수익도 창출하는 데 배분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면서 훨씬 인간의 본성 친화적인 솔루션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임팩트 투자의 활성화가 지금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과제들을 풀어나가는 좋은 방안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나라에도 일부 이런 투자의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또 꽤 많은 젊은이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비즈니스 창업에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서 장기 경기침체로 인한 구직난이 오히려 역동성이 있는 창업 정신을 북돋아 주고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희망을 가져본다. 이재우 보고펀드 공동대표<ⓒ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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