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개발국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하는 나라는 한국임이 통계로 입증됐다. 베트남 외국투자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6~7월 한국 기업의 투자액은 15억달러로 홍콩, 일본, 싱가포르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올 1~7월 한국의 총투자액은 31억3000만달러로 베트남이 유치한 외국인투자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우리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인건비가 저렴하고 양질의 노동력이 풍부한 데다 정치적으로 안정되자 중국으로 몰렸던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눈을 돌렸다. 한 해 1억3000만대를 만드는 세계 최대 휴대폰 생산기지인 삼성전자 공장이 이곳에 있다. 삼성 휴대폰은 지난해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18%를 차지하며 수출 1위 품목으로 올라섰다. 삼성 스마트폰이 과연 한국의 자랑인지, 베트남의 자랑인지 자문해야 할 판이다. 2003년부터 10년간 우리나라 기업의 연평균 해외투자 증가율은 17.2%로 국내투자 증가율(4.0%)을 네 배 이상 앞질렀다. 한국이 베트남 투자 1위국이란 점도 자랑할 일만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세금을 매기기로 한 정부가 해외투자금은 유보금에서 투자한 부분으로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해외투자의 경우 국내 가계소득 증대로 환류되는 것과 관련성이 낮으므로 투자인정 범위에서 빼겠다는 것이다. 해외투자보다 국내투자를 많이 하도록 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가계소득도 늘려 내수를 활성화겠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투자를 국내와 해외로 나눠 차별하는 것은 글로벌경제 시대에 맞지 않는 촌스러운 행정이다. 자칫 글로벌 기업 대열에 오른 우리 기업의 위치를 위협하거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들의 기회조차 잃게 만들 수 있다. 정부는 해외투자에 나서는 기업에 채찍을 들기 이전에 기업들이 스스로 국내투자를 선택하도록 당근부터 내놔야 할 것이다. 사내유보금 과세를 밀어붙이기 앞서 과감한 규제개혁과 세제지원을 통해 기업들이 유보금을 국내투자로 돌릴 여건부터 조성해야 한다. 중국 등 해외에 나간 기업들에 돌아오라고 손짓만 하지 말고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투자를 붙잡으려면 신흥개발국과 비슷한 유인책을 제시해야지 불이익이나 망신을 주는 식으로는 안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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