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한방 과학화·표준화는 인술(仁術) 향해'

신준식 자생한방 이사장 "세계가 인정한 한방" K메디 자신감동작침법, 세계적 의료학술지에 실려..통증완화 효과 과학적으로 인정받아과학화와 표준화로 글로벌의학 인정..620억 의료재단 설립… 仁術 실천[대담=아시아경제 이정일 산업2부장]"한방은 비과학이고 비표준이라는 편견을 씻어내야지요. 물론 그 편견은 우리(한의사)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있습니다. 인터넷에 증상을 입력하면 병명을 알 수 있는 최첨단 시대에 한의원마다 같은 증상에 대한 원인을 다르게 설명하곤 하니까요. 그래서는 경쟁력이 없습니다. 한방도 과학화와 표준화를 통해 세계에 진출해야 합니다."
'한방의 과학화ㆍ표준화'는 자생한방병원 신준식 이사장의 오랜 철학이다. 그것은 비과학과 비표준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한방의 우수성이 폄훼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한의사로서의 자존감이기도 하고, 우리 몸의 놀라운 '자생력'에 뿌리를 둔 한방으로 인술(仁術)을 펼쳐야 한다는 의사로서의 소명감이도 하다. 그가 국내 최초로 '양 한방 협진 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직접 개발한 급성요통 침술 '동작침법'의 효능을 세계적 학술지에 게재한 것도 '한방의 과학화 표준화'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조만간 멕시코 출장길에 오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생한방병원에서 만나 신 이사장은 '세계가 인정한 한방'을 역설했다.  ◆ 미국 진출 5년, 힘 얻은 '케이메디' = "멕시코 복지부가 초청해서 강의하러 갈 예정입니다. 현지에서 환자들을 직접 치료할 거구요. 한방에 매료된 미국에 이어 멕시코에서도 과학화 표준화된 한방의 우수성을 알릴 기회이지요."  멕시코 출장은 지인인 미국 미시간주립대 정골의과대학 스트럼 펠 학장이 다리를 놔줬다. 이번 출장에 동행해 신 이사장의 강연과 치료를 참관할 펠 학장은 동작침법의 열성적 지지자다. 북미에 이어 남미까지 한방이 진출할 기회를 얻은 데 대해 신 이사장은 또 다른 한류라는 의미에서 '케이메디(k-Medi)'로 정의했다. 그 케이메디의 염원은 2009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자생한방병원 지점을 개설하면서 시작됐다. "국내에만 머무른 한의학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과학적인 한의학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도전이었다. 이제는 미국 전역에 8개 지원이 들어섰으니 큰 성공을 거둔 셈이다. 개원 첫해 한달 방문 환자는 한인 300명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매달 2000여명이 내원한다. 미국인 환자 비율도 30~40%에 달한다. 신 이사장은 "한의학을 처음 접한 서양인들은 생소한 치료법에 처음엔 어색해하지만 치료를 받고 나면 감탄사를 연발한다"면서 "지금은 일반 환자 뿐 아니라 미국 내 양방 의사들도 협진을 요청할 정도"라고 뿌듯해했다. 2011년 신 이사장은 미국 미시건 주립대 명예교수로 임명됐다. 자생한방병원과의 의료협력을 추진하는 미국 내 의과대학이나 종합병원도 끊이지 않는다. 2009년 첫 진출 이후 5년만에 거둔 케이메디의 쾌거다. 신 이시장은 지난 해 카자흐스탄 국립의과대학 초청으로 참가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척추관절 질환의 한방 치료법을 소개했다. 이어 카자흐스탄 대통령 의료센터를 방문해 '한의학과 자생한방병원의 비수술 척추 치료법'을 강연했다. 모스크바 국립의과대학, 이집트 카이로 알 아자하르 의과대학과도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정형외과 의사가 치료를 받고 효과를 얻은 내용이 방송돼 화제를 낳았다. 두바이, 레바논에서도 '깜짝 놀랄' 의술로 유명세를 탔다. 그는 "세계 여러 지역으로 케이메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자평했다.  ◆ 과학화 표준화 토양 갖춰 = 신 이사장이 개발한 급성요통 침술 '동작침법'은 과학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다. 동작침법 치료 연구 결과는 세계적 통증학잡지 '페인지(Pain)'에 실렸다. 허리가 갑자가 아파 움직일 수 없는 환자가 진통제를 맞을 경우 통증이 8.7% 줄어드는 반면 동작침은 46%나 낮춘다는 내용이다. 5배나 치료효과가 뛰어나다고 신 이 사장은 강조했다. 그가 개발한 척추질환 치료제 '청파전'도 과학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골관절질환의 항염증작용과 신경재생효과, 연골보호효과 등을 입증했다. 이는 국제과학논문색인(SCI)에 등재된 국제학술지 'eCAM'와 'BMC' 등에 실렸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한방 치료를 받겠다며 국내 자생한방병원을 찾는 외국인 환자도 늘고 있다. 한해 1200~1600명(초진 기준) 수준이다. 올해는 무비자가 허용된 러시아인들이 급증하면서 전년대비 두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양방으로 검사하고 한방으로 치료한다'는 자생한방병원의 캐치프레이즈가 외국인 환자들을 유치하는데 한몫했다고 신 이사장은 설명했다. 자생병원은 엑스레이(X-ray)와 자기공명영상(MRI) 등 첨단 의료장비로 진단한 뒤 한방으로 치료한다. "X레이와 MRI 등 첨단영상장비를 이용해 정확한 검사를 하면 척추질환 상태나 정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치료를 하면 효과가 극대화된다는 것을 수많은 환자 치료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결국은 과학화와 표준화다. 자생한방병원은 그 베이스캠프다. 신 이사장은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치료법의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통해 해마다 25여명의 수련의를 배출하고 있다. 자생한방병원의 수련의들은 진단과 치료법이 모두 같다. 덕분에 전국 어느 자생한방병원을 찾아가도 표준화된 방법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의사 명가' 출신의 신 이사장은 7대째 가업을 잇는다. 한의사이자 외과의사였던 부친은 '사람의 몸이 아닌 마음을 치료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형편이 어려운 환자에게 자신의 방까지 내어주고 치료하던 부친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 35년 전 부친에게 물려받은 한의원을 전국 15개 병원과 146명의 의료진을 갖춘 대형 한방병원으로 키워낸데 그치지 않고, 지난 해엔 620억원의 사재를 털어 자생의료재단을 설립했다. 사실상 자생한방병원이 공적인 자산으로 전환한 것이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위한 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그는 "선친이 바라시던 인술을 베푸는 공익적인 의료기관이 되려면 병원 재산을 출연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담담히 설명했다. 그의 사무실 입구에는 부친의 얼굴상이 인자한 표정으로 환자를 맞는다. 신 이사장은 매일 부친과 마주하며 '환자의 마음까지 치료하는' 인술을 다짐한다. 신 이사장이 역설하는 한방의 과학화와 표준화, 세계화도 결국은 인술을 향한다.정리 =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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