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요즘 금융권 수장들의 활동 모습을 보면서 문득 어릴 적 TV에서 방영됐던 영화 '패튼 대전차군단'이 떠올랐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군 승리에 큰 공을 세운 전설적인 명장인 미국의 조지 스미스 패튼 장군의 활약상을 그렸다. 승승장구하던 독일군에 맞서 불리한 상황에서도 패튼 장군은 장병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면서 아프리카 전선에서 롬멜 장군이 이끄는 최강의 독일 기갑부대를 격파했다. 그 짜릿한 순간에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쥔 기억도 난다. 영화 속 패튼 장군은 때로는 독선적이고 거칠면서 괴팍했다. 그 모든 행동은 필승이라는 뚜렷한 목표에서 나온 것이었다. 특히 젊은 장병들의 사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루 빨리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신념이 그를 더욱 맹렬하게, 때로는 이기적으로 만들었다. 연합군 지휘부가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여 작전 시행을 놓고 갈등을 빚을 때도 패튼 장군은 눈치를 보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전술을 과감히 펼쳤다. 그 덕에 연합군은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도 참여해 뛰어난 활약을 펼치면서 파리를 독일군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전쟁을 종식시키는데 큰 공을 세웠다. 물론 패튼 장군에 대한 평가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사납고 단세포적인 무식한 군인으로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패튼 장군은 리더십이라는 게 무엇인 지를 보여준 명장이다. 그가 평소 지휘관으로서 신념을 갖고 했던 말이 있다. "(옳다고 생각하면) 거리낌 없이 결정을 내려라. 이것이 훌륭한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자질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 수장들이 한번쯤은 되새겨 볼 말이다. 지난해와 올해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들의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들에 대해 징계 수위를 놓고 고심 중이다. 그동안 여러 차례 제재심의를 열었지만 최종 결정을 계속 미뤄왔다. 관계자간 공방이 치열해 쉽게 결정을 내리기 어렵고 제재 심의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특히 금융권의 큰 이슈가 된 KB국민은행 주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심의 결정은 금감원이 중징계 방침을 사전통보한 지 40여일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내달로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이 빨리 결정을 내려야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비롯한 계열사들도 그에 따른 신속한 대책을 마련해 조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금감원은 법과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답답함을 부인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손해보험협회의 차기 회장 선임이 10개월째 공석이 된 것도 보험회사 대표이사 등으로 구성된 회장후보추천위원회가 금융위의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회추위에서 후보를 복수 추천하면 총회에서 회원사 투표를 통해 과반을 득표한 후보가 회장으로 선출하는 방식이지만 금융위에서 교감(?)을 주지 않으면 회추위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왔기 때문이다. 국제금융환경은 위기속에서 급변하고 있다. 긴박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역시 혁명적이어야 한다. 좌고우면하고 추후 책임추궁 당하지 않을 묘책에만 골몰하기에는 한국 금융의 경쟁력 기초는 너무 약하다. 패튼장군의 리더십이 그래서 그립다.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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