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오늘 아침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만났다. 지난주 취임한 최 부총리 입장에서 관례에 따른 상견례를 겸한 첫 회동이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의미가 있어 주목됐다. 경제상황에 비추어 정부와 한은 간 정책공조 여부가 향후 경제흐름에 중요한 변수로 떠오른 터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회동 후 공동발표문을 통해 "재정 등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이뤄나간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경기가 하강 조짐을 보이는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우려를 공유하고 정부는 정부대로, 한은은 한은대로 적절히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논의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금주 중 발표 예정인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용계획과 다음 달에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결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는 내정된 직후부터 경제정책의 방향과 골격을 비교적 분명하게 밝혀왔다. 담보대출 규제완화, 대기업 투자확대 유도, 확장적 재정운용 등으로 경기활성화에 올인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 총재는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해 분명한 신호를 주지 않았다. 한은은 지난 10일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동시에 하향 조정하고도 기준금리는 14개월째 동결했다. 지난주에는 한은의 금리정책 결정권을 놓고 최 부총리와 이 총재가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을 보여 눈총을 샀다. 최 부총리가 17일 국회에서 금리인하를 압박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이 총재가 다음 날 시중은행장 등이 참석한 금융협의회에서 기준금리는 금통위 결정사항임을 새삼 강조했다. 정부와 한은의 이런 구태의연한 신경전은 경제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정부도 마찬가지이지만 한은도 소관 정책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적시에 적절한 신호를 시장과 국민에게 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은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자존심을 세우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에서는 정부보다 중앙은행이 위기극복과 경기회복에 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중앙은행은 경기상승기에는 정부의 거품정책에 단호히 저항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하강기에는 경제안정을 위해 큰 틀에서 정부와 공조할 필요가 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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