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곡의 땅' 된지 99일…진도 상인·어민들의 눈물

-100일간 어업 못나가고 관광객 끊겨-898억 피해본 그 눈물 닦아줘야-"주민지원 특별법 제정" 여론[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 유제훈 기자] # "해남에 아는 사람 진도에서 만나자고 하면 '마음 불편해서 못 가겠다'는 말이 돌아와요. 진도 전체가 세월호에 억눌려 있는 형국이에요"(진도군청 관계자) 23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9일째. 세월호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이 가장 크지만 진도 주민들도 관광객과 어류 판매 감소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진도 전체가 슬픔의 땅으로 국민들의 머리 속에 각인되면서 관광객들의 발길은 끊기고 어류 판매도 금감하고 있는 것이다. 유가족들을 의식해 힘든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던 진도 주민들은 이 같은 상황이 더 이어질 경우 생존이 위협받게 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23일 진도군범군민대책위원회(이하 범군민대책위) 측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 4월16일부터 6월말까지 관광ㆍ어업 분야 피해액은 총 898억3300만원에 이른다. 2013년 기준 진도군의 전체 재정규모 2515억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 기간 중 진도의 관광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비 87% 급감했다. 진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던 관광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예년에는 이맘때면 방을 구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올해는 여관ㆍ모텔의 손님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진도군사무국장은 "세월호와 관련된 기자들과 공무원들이 몰려있는 진도읍만 조금 장사가 되지 피서철인데 손님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광객들 외에 진도 주민들도 외식 술자리를 자제하면서 식당 주인들은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진도대교 부근에서 한식당을 하고 있는 조주형(70)씨는 "예년 같으면 예약 손님으로 북적거렸는데, 지금은 200석이 텅텅 비어 낙지등 식자재들을 썩히고 있다"며 "장사가 안돼 직원들 몇명도 일을 그만뒀다"고 말했다.  박남규 진도군청 관광문화과 계장은 "최근 진도에 2박3일로 놀러왔다가 팽목항을 방문했다 울컥해서 올라간 경우도 있다"며 "지역축제를 조용한 분위기로 열어보고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어민들의 고통도 심화되고 있다. 4월16일 이후 사실상 사고 인근 해역에서 조업이 중단된 데다, 침몰한 선체에서 기름이 흘러나오면서 지역 수산업이 큰 타격을 입은 것이다. 진도군수협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시기는 꽃게철이었는데, 사고로 인해 조업을 하지 못하다 보니 전년보다 위판(위탁판매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최근 다시마ㆍ미역 등 해산물 작업이 완료되는 시기였는데, 심지어 동거차도 일대는 기름 유출 및 사고수습 등으로 인해 채집조차 못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 등장한 진도산 수산물을 꺼리는 분위기도 어민들의 걱정거리다. 미역이나 다시마 등 일부 해산물에 대한 수확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지만, 예년과 달리 주문량 자체가 감소하면서 재고만 쌓이고 있는 것. 일부 도매인들의 덤핑 매수에 울며겨자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원고등학교가 위치한 안산시에서 19일부터 진도군 어민 소득증대를 위해 진도산 수산물에 대한 현장판매ㆍ홍보를 벌이고 있지만,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정부가 진도 지역을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고 생활안정자금 등 각종 지원대책을 내놓았지만 진도 주민들은 실질적인 피해보상ㆍ지원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범군민대책위는 세월호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진도 인근 피해 어민들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남중 범군민대책위 간사는 "사고 후 (진도 어민들이) 피해보상과 지원을 요구하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았지만, 유가족들이 문제를 제기해주고 우리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이제서야 관심을 받고 있다"며 "결국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돼 어민 등에 대한 피해보상과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국민들이 세월호 사고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진도를 많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고 있다. 진도의 한 식당 주인은 "아직도 세월호에 있던 학생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방송에서 나오면 눈물이 난다"며 "진도에 와서 관광지도 체험하고 팽목항도 가 보면서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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