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말의습격] 천마란 무엇인가(101)

올해(2014년)은 천마(天馬)의 해이다. 경주 천마총에 있던 흰 말 형상의 그림. 그것을 천마도라고 이름 붙인 것은 발 아래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 떠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떤 연구자는 이것이 말이 아니라, 기린(전설상의 동물)이라고 보기도 한다. 불교 산해경에도 천마라는 것이 나온다. 몸의 털은 희고, 머리께의 털은 검으며 개와 같이 생긴 짐승을 천마라고 했다. 개처럼 생겼는데 왜 말인가. 그런 의문을 가진 사람이 나 말고도 있었던 모양이다. 저 천마는 짐승이 아니라 '검은 머리 짐승'인 사람을 가리킨다는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하늘의 별자리에도 '페가수스(천마)'라는 것이 있고, 고급 자동차 '에쿠스'도 천마라는 의미이다. 옛날에 봤던 영화 '에쿠우스'가 생각난다. 여섯 마리의 말의 눈을 찔러 살해한 소년의 이야기. 로버트 레드포드가 감독하고 주연했던 조마사 이야기인 '호스 위스퍼러'도 떠오른다. 땅을 딛고 사는 짐승에게 왜 날개를 붙이고 하늘로 날릴 생각을 했을까. 날개 달린 말, 하늘을 나는 말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큰 새를 타고 날면 될 일이지 굳이 말의 형상을 성형수술하여 하늘을 날고자 했던 뜻은 무엇일까. 몹시 잘 달리는 말을 보고, 나는 듯이 달린다고 표현하는 것이 하나의 상상으로 진화하여 비마(飛馬)에까지 이른 것일까. 말은 기계적인 탈것이 지금처럼 발전하기 전 시대에는, 인간을 이동시키는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수단이었다. 소식을 알리는 파발마, 전쟁을 치르는 군마, 사람과 짐을 수송하는 마차는 일상 속에 있었다. 말은 인간의 계급을 가르는 높이를 만들어냈다. 정복자는 말 위에 있었고, 피정복자는 땅바닥을 기어다녔다. 땅바닥에서 바라보는 말을 탄 정복자는 높고 위대해보였다. 그의 뒤에는 구름과 태양이 있었고, 그가 박차를 가하면 말은 바람처럼 달렸다. 천손(하늘의 자손) 신앙이 생겨난 것이 말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말을 탄 사람들은 하늘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신화'를 유포함으로써, 계급적인 질서의 안정감을 꾀하려 했다는 것이다. 천마는 저 계급적 높이와 속도를 극대화하고 아예 지상에서 초월하게 함으로써 위대함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려는 기획이었을까. 옛사람들은 에너지조차도 말의 힘(馬力)을 기준으로 삼았다. 1마력은 말 한 필이 지닌 힘에 해당하는데 매초 75㎞를 이동할 수 있는 힘 또는 746와트의 전력이다. 유럽의 말 이야기들은 대개 '영혼'을 지닌 짐승의 영적인 면모를 다룬 것이거나, 말의 육감적이면서도 섬세한 측면을 부각시킨 것들이 많다. 영화 '에쿠우스'의 첫 장면은 벌거벗은 소년이 말과 애무하고 키스하는 충격적인 영상으로 시작된다. 말과 인간의 깊은 교감에 관한 성적인 알레고리다. 반면 동양의 말 이야기는, 형상과 기능의 측면에 방점을 찍는다. 말에 대한 외형적인 욕망이 천마를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천마는 지상의 초월이며 기마인간의 꿈같은 것이다. 스스로 날개를 달아 날고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말에게 날개를 달아 날고 싶어할 만큼, 말은 그들에게 신체의 일부와 같은 것이었다. 빠르고 힘센 말을 타고 천리를 내달리듯, 허공으로도 거침없이 내달려 천국과 내왕하는 꿈을 꾸었다. 구름 위를 달리는 말은, 하늘의 자손으로 자처해온 그들에게 가장 걸맞는 수송수단이었을 것이다. 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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