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 국산으로 둔갑한 함량미달의 중국산 철근이 잇달아 발견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대한제강과 현대제철은 각각 지난 4일과 7일, 자사 롤마크(KDH)가 찍힌 중국산 철근을 총 2000t씩 불법 수입해 유통한 수입업체 S사 및 임직원 2명에 대해 건설기술진흥법 위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KS(한국산업표준)는 위조나 혼용 사례를 막기 위해 철근 1.5m 간격마다 제품 원산지 및 제조자 등이 표시된 롤마크를 새기도록 2010년 6월부터 의무화하고 있다. 롤마크 첫 이니셜에 국산은 'K', 중국산은 'C', 일본산은 'J'를 새겨 넣어 원산지를 표시한다.철강업계가 부적합 수입산 철강재에 대해 강경한 대응에 나선 것은 중국산 철근의 무분별한 유통으로 국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 받는다는 판단에서다.대한제강 위조 롤마크가 찍혀 유통된 중국산 철근은 제품 중량이 기준치 대비 13%나 미달돼 정상적인 건설공사에 사용이 불가능한 수준의 불량 철근인 것으로 나타났다.99㎡(30평형) 아파트 기준 철근 사용량은 5t가량이다. 국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철근을 적용할 경우 아파트 한 채 당 약 650kg의 철근이 적게 들어가 그만큼 하중을 견디는 힘이 약해진다. 이를 25층 100세대 기준 아파트 한 동 전체로 확대할 경우 총 65톤의 철근이 적게 투입되는 셈이다.문제는 올해 들어 중국산 철근 수입량이 급증하면서 시중에 유통되는 '짝퉁 철근'의 통계가 정확히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국산 철근은 지난해 총 30만t이 수입됐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26만5000t 가량 국내로 들어왔다.지난 5월 개정된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수입 철근 100t마다 품질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번에 현대제철과 대한제강 철근으로 둔갑한 중국산 철근은 총 4000t, 규정상 총 40차례의 품질시험이 시행됐어야 한다. 하지만 품질시험 결과가 게재되는 건설사업정보포털시스템(www.calspia.go.kr)에는 불량 철근 4000t에 대한 품질시험 결과가 없다.철강업계는 KS 인증을 취득하지 못한 중국산 철근이 국산으로 둔갑 판매됨에 따라 국내 제품에 대한 품질안전 불신까지 이어지는 등 피해가 확산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철근뿐만 아니라 H형강 역시 중량 미달의 중국산 부적합 철강재 유입도 우려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롤마크 위조 및 불량 철강재 수입유통 행위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해 강경히 법적 대응하겠다는데 업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면서 "이번 위조 불량 철강재 수입·유통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로 국민 안전 위협의 가능성을 근절하고 건전한 철강 유통시장 확립을 위한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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