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2006년 지방선거 때의 일이다. 한 광역자치단체장을 전담 취재한 적 있다. 재선에 도전하고 있던 이 단체장의 첫 인상은 매우 쾌활하고 친절했다. 마치 이웃집 아저씨 같다고나 할까. 선거활동을 지켜보며 포장된 모습만은 아닐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허리와 고개를 바짝 숙이며 겸손하게 다가서는 그의 모습에 유권자들도 마음을 열었다. 결국 그는 무사히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취임 한달 후 우연히 마주친 그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그 누구를 만나도 구부리거나 허리를 숙이지 않았다. 뻣뻣한 허리와 고개, 찌푸린 듯 가늘게 눈을 뜨면서 위압적으로 상대방을 노려보는 '권위'의 상징으로 변신해 있었다. 자신감ㆍ당당함과는 전혀 느낌이 달랐다.아니나 다를까, 그는 임기 내내 "사람이 변했다", "건방지다"는 악평에 시달렸고 결국 3선 도전에 실패했다. 성공한 사람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교만과 자아 도취, 우월감 등이 그를 실패의 길로 내몰았던 셈이다. 2014년 7월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해 2기 시정에 들어갔다. 박 시장은 과연 어떨까? 사실 역대 정치인들 중에 박 시장처럼 독특한 인물은 거의 없다. 그는 20여년간 한국 시민 운동을 이끌어 온 대표적 시민운동가에서 어느날 느닷없이 행정가ㆍ정치가로 변신한 특이 이력의 소유자다. 게다가 그는 수많은 시민운동가 출신 정치인들과 다른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386세대나 쟁쟁한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그동안 청렴ㆍ도덕성ㆍ개혁성 등의 기대를 안고 등장했다가 실망만 잔뜩 안겨 준 채 쓸쓸히 퇴장하거나 '그저 그런' 정치인으로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박 시장은 달랐다. 우선 '당선되면 사람이 달라지는' 기존 정치인들과 달리 특유의 소탈ㆍ소박한 태도를 그대로 유지해 호평을 받고 있다. 사람을 만날 때나 시정을 펼칠 때도 한결 같다는 평가가 많다. 특히 '말 뿐인' 여타 정치인들과 달리 자신이 내세운 반토건, 사람ㆍ복지 중심의 소통 시정을 펼쳐 '차별성'을 인정받았다. 실용주의적 태도를 견지해 자신을 지지하지 않았던 우파 성향의 유권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았다. 기존 정치권의 구태에 실망한 서울 시민들이 "박원순이 하니 뭔가 다르구나"라고 느꼈을 때, 이미 6.4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였다.수도권의 같은 당 후보들이 교만ㆍ자만에 빠졌거나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해 세월호 참사에도 불구하고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박시장이 압승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바로 이같은 시민들의 평가가 있었다. 주목할 것은 앞으로다. 박 시장은 그동안의 성공 코드인 겸손, 소박, 소통이라는 덕목을 유지하면서 사람 중심 철학이 녹아 있는 독특한 시정을 완성해 갈 수 있을까 ? 아니면 그 역시 독선과 아집, 교만과 자아 도취에 빠져 실패의 길로 접어들 것인가 ? 서울시민은 물론 국민 모두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그가 모든 것을 바꿔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희망' 하나는 건질 수 있을 테니깐 말이다. 앞으로 박 시장이 소통ㆍ사람 중심의 시정 철학을 통해 펼쳐 나갈 새로운 서울 시정의 모습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지난 2년간은 '워밍업'이라고 봐줄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르다. '희망의 파수꾼'의 행보를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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