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집단 사냥이다. 원시시대의 집단 사냥이다. 탈 것도 쏠 것도 없었던 그때, 우리는 두 발로 내달렸고 먹잇감에 창을 던졌다. 축구 선수는 공을 차거다 들이받아 골을 사냥한다. 축구에서 사냥감인 골대는 날래지도, 달아나지도 않는다. 이처럼 표적이 가만히 있으면 사냥이 아니다. 추격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흥분이 없다. 이건 활쏘기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수렵 도구로 쓰이던 활을 쏘는데도 양궁에는 사냥과 같은 스릴이 없다. 과녁을 고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축구는 그래서 골대를 세워둔 대신 문지기를 배치했다. 공격수는 문지기가 막지 못할 곳에 공을 꽂아 넣어야 한다. 골키퍼가 온몸을 던져 지키는 골대를 적중시키는 방식은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것처럼 재미를 준다. 문지기가 막는 골대에 공을 차넣는 경기였다면 축구는 승부차기나 다름없었을 테고, 이렇게 인기를 끌지 못했을 것이다. 축구에서는 골키퍼 외에 우리 편과 같은 수의 상대팀 선수가 길을 막고 공을 뺏으러 달려든다. 이들을 제치거나 한쪽으로 몰면서 기회를 잡으려면 개인기와 조직력을 엮어야 한다. 뛰면서 공을 차는 가장 원시적인 동작은 개별 선수의 기량이 조직적으로 연결되면서 예술적이고 역동적인 스포츠가 된다. 사냥하는 과정은 공략하기 좋은 위치나 거리까지 먹잇감에 접근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냥하는 집단은 역할을 분담한다. 일부는 사냥감 무리를 향해 창을 들고 돌진해 사냥감이 흩어지게 한다. 일부는 도망치는 무리 가운데 사냥할 한 마리를 정해 무리로부터 떼어놓는다. 길목에서 기다리던 선창잡이가 최후의 일격을 날린다. 축구의 작전은 슛을 날리기 유리한 위치에 우리 선수를 배치하고 공을 패스하는 과정이다. 그 위치에 공을 먼저 찔러주고 우리 편이 달려가도록 하기도 한다. 집단 사냥에서는 창을 던져 무리를 분산시키고, 축구에서는 공을 주고받으며 상대편을 유인하고 교란시키면서 우리 공격수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게 한다. 축구는 집단 사냥을 변형한 스포츠다. 우리가 축구에 열광하는 건 우리 유전자 속에 물려받은 수렵 본능을 자극하고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우리는 먹잇감 대신 골을 사냥하고 승리를 거머쥔다. 골 사냥에 성공한 선수들은 서로 칭찬하며 짜릿함을 나눈다. 그 모습에서 나는 먹잇감을 쓰러뜨린 뒤 끈끈한 유대 속에서 성취감을 공유하던 수렵하는 인간을 떠올린다.백우진 국제부 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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