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수(브라질)=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홍명보 감독.
한국 축구가 아끼던 영웅이 빛을 잃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45). 지나친 제 식구 감싸기와 결과에만 집착한 자충수로 회복하기 어려운 궁지에 몰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자주 들린다. 홍 감독은 27일(한국시간) 상파울루의 아레나 코린치앙스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0-1로 져 탈락이 확정된 뒤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 지배당하지 않고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하겠다"며 "이 팀과는 시작을 함께한 만큼 월드컵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없다"고 했다.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한 답변이다. 에둘러 즉답은 피했으나 사퇴에 무게가 실린 발언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그의 계약기간은 2년이지만 국가대표 경기가 예정된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 실질적인 임기다. 그러나 월드컵에서의 부진한 성적과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논란을 감안하면 지휘봉을 계속 잡기란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다.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던 그는 선수 선발에서부터 잡음을 일으켰다. 청소년대표팀부터 지켜본 멤버들을 지나치게 신뢰한 탓이다. 실전 감각이 부족하고 컨디션이 저하된 선수라도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여론의 반대를 무릅썼다. 실제로 보여주는 경기력보다 자신의 경험을 더 신뢰했다. 공개적으로 천명한 국가대표 선발 기준까지 뒤집으면서도 납득할만한 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월드컵이라는 대의를 앞세워 눈과 귀를 닫았다. 일찌감치 스물세 명을 확정짓고 변수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도 막아버렸다. 새 얼굴이 극히 드문 선수 구성에서 새로운 전략이 나올 가능성은 적었다. 경험과 기량이 부족한 가운데 전술마저도 단조로웠다. 선수들은 '원팀'을 외치며 결속력을 과시했으나 정해진 축구에만 익숙한 멤버들끼리 난관을 극복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홍 감독의 과거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자신이 아낀 선수들에게도 상처를 안겼다. "준비가 부족했다"는 태극전사들의 공통된 반성은 응원해준 팬들을 더욱 허탈하게 한다. 그들만의 성에 갇힌 대표팀에게서 홍 감독이 약속했던 축구를 통한 희망은 끝내 볼 수 없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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