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인원 기자] 19일 오후 4시30분께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예고 없이 국회 기자회견장인 정론관에 섰다. 그는 "오는 23일 기관보고를 받겠다"고 말했다. 여야가 기관보고 일정을 두고 열흘이 넘도록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직권상정을 통해 기관보고 실시하겠다는 것은 '폭탄선언'이나 다름없었다.심 위원장이 떠나자마자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국조특위 간사는 정론관을 찾아 긴 한숨부터 내쉬었다. 이어 "23일 기관보고는 야당과 전혀 합의한 바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폭거다", "거짓말이다" 등 강도 높은 비난도 나왔다. 이어 조원진 새누리당 국조특위 간사와 야당 측 국조특위 위원들이 줄줄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웠다. 상황은 점차 악화됐다. 결국 심 위원장은 두시간만인 오후 6시30분께 다시 정론관을 찾아 "여야 간 다시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섰다.이런 좌충우돌이 빚어지는 날, 세월호 유가족들은 "국조특위는 세월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지켜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유가족들이 말하는 약속은 지난 8일 국조특위와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가 발표한 공동선언문 내용을 말한다. 여야는 진도에 현장 본부를 설치하고 유가족과 특위 간 상시협의체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바로 다음날부터 지금까지 기관보고 시점을 두고 힘겨루기만 펼쳤다. 가족대책위는 지난 12일 제자리걸음을 하는 국조특위를 보다 못해 직접 국회를 찾았지만 여야 간사는 한 자리에 모이지도 못했다. 이날 가족대책위는 면담에서 기관보고를 6월30일에서 7월4일 사이에 개최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가족들이 요구하는 기관보고 시점은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주장하는 것과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애초 충분한 사전조사를 위해 7월14일부터 25일까지 기관보고를 받아야한다고 주장했으나, 유가족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오는 30일 진도에서 첫 기관보고를 열 것을 제안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기관보고 일정이 7ㆍ30 재보궐 선거 기간과 겹쳐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면서 오는 23일부터 기관보고를 받아야한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다만 실종자 수색의 차질이 없도록 해경 등 관련 부서의 기관보고는 뒤로 미루겠다는 입장이다. 선거는 정치인의 생사를 가르는 민감한 일이다. 그렇지만 300명이 넘는 목숨을 앗아간 전대미문의 참사 앞에 아귀다툼만 하는 여야는 볼썽사납다. 더 늦지 않게 유가족들의 눈물어린 호소에 귀 기울여야 한다. 유가족과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김인원 기자 holeinon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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