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요즘 주위에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새벽에 월드컵 경기를 보느라 밤을 꼬박 새운 탓이다. 한 지인은 "세계적인 선수들의 수준 높은 경기를 시청하다보면 어느새 출근시간이다"며 "회사에 출근해 커피를 마시면서 졸음을 쫓아낼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고 고충을 전했다. 최근 세계인의 축제인 월드컵이 지구 반대편인 브라질에서 개막되면서 뒤바뀐 직장인들의 풍속도다. 잠은 설쳐 피곤하지만 표정만은 밝다. 4년만에 열리는 월드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뿐만이 아니다. 전세계 인구 32억명이 밤잠을 새우며 즐긴다. 네이마르, 호날두, 메시 등 세계적인 선수의 명품 플레이가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월드컵 무대는 글로벌 기업들의 각축장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2012 런던 올림픽 폐막 후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를 보도하면서 올림픽 보다 월드컵이 기업들에게는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마케팅의 격전장에서 각종 스포츠 이벤트에 후원 계약을 맺는 기업들이 올림픽보다 월드컵의 '마케팅 파워'를 더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글로벌 기업들이 세계 인구 절반의 눈을 사로잡을 절호의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후원사(파트너)가 되는 게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현대ㆍ기아차와 일본의 소니, 독일의 아디다스, 미국의 코카콜라와 비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에미리트항공 등 6개사만이 그 혜택을 누린다. 이들은 평균 수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후원금으로 치열한 수주전을 통과했다. 실제 이들 6개 기업이 매년 FIFA에 지급하는 금액은 3억7000만달러(약 38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후원금을 내고 월드컵 스폰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통방식의 대중매체를 이용한 광고보다 소비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노출되는 '스포츠 마케팅'이 브랜드와 제품 인지도 상승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 브라질 월드컵에서 연일 경기가 열리는 축구 경기장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 광고가 눈에 띈다. 시시각각으로 현대차, 기아차, 소니, 코카콜라 광고판이 바뀐다. 선수들의 플레이와 함께 브랜드가 노출되면서 수십억명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완성차는 물론 국내 기업중 유일한 공식 스폰서인 현대ㆍ기아차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 마케팅을 통해 중남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전역에서 최대 30조원 이상의 마케팅 효과를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물론 월드컵이 긍정적인 경제 효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은 현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브라질은 한창 고성장을 구가하던 2007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지만 2011년 지우마 호세프 정권 출범 이후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이런 맥락에서 브라질 경제를 회복시키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로이터 통신은 경제학자들의 예측을 취합해 보니 이번 월드컵은 브라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껏해야 0.2% 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번 월드컵이 침체에 빠진 우리나라 내수 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게 될지도 미지수다. 예년과 달리 세월호 침몰 사고로 월드컵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은 탓이 크다. 많은 기업들이 대대적인 월드컵 마케팅을 전개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이번 월드컵이 내수진작의 모멘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단기적인 반짝 특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내수진작의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 축구 대표팀의 선전과 함께 경제 월드컵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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