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 인정해야' vs '법적용 어려워'
16일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방통위 주최 '2014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컨퍼런스'.
[아시아경제 윤나영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16일 '잊혀질 권리'의 국내 적용방식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콘퍼런스에서는 도입 방향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황성원 한국인터넷진흥원 단장은 "이용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잊혀질 권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보 주체의 권리 측면에서 초점을 맞춰 생각해야 한다"며 정보 주체의 권리를 강조했다. 황 단장은 "잊혀질 권리가 도입되면 이를 위한 공정하고 투명한 전담기구가 필요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자율적인 제도와 법률적 도입도 당연히 같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회에서 잊혀질 권리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가 비판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잊혀질 권리를 우리 법에 규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잊혀질 권리를 국내에서 법제화할 경우 국내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외국계 기업이 아닌 국내 기업이 된다"며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간 형평성의 문제를 언급했다. 지 교수는 "구글코리아에서만 정보가 삭제되고, 구글닷컴에는 그대로 남아있는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해외 포털에 대한 적용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먼저 명확히 규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삭제·처리정지권(36·37조)을 유럽사법재판소가 인정한 '잊혀질 권리'의 근거 조문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다만 이 권리의 인정 여부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니 새로운 명문의 입법을 통해 명확한 근거 규정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방어 논리도 치열했다. 이상직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원본 데이터 삭제나 기존 정보의 블라인드 처리 등은 우리나라 법상 도입하기가 어렵다"며 "잊혀질 권리의 많은 부분이 표현의 자유와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은 판결에서 너무 추상적인 조건 제시했으며, 이는 우리나라에 적용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세웠다. 김태열 SK컴즈 팀장은 "현행법으로도 잊혀질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고 있다"며 잊혀질 권리 도입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 팀장은 "잊혀질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하나, 현실적으로 본인확인 절차 등 어려움이 있다"며 "기존 법을 충분히 활용하되 사업자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방통위는 이어 지난해 12월 발표한 '빅데이터 개인정보보호 가이드라인안'에 대한 의견도 수렴했다.가이드라인안은 빅데이터 사업자가 사전 동의 획득이 곤란한 정보의 수집·이용에 대해 옵트아웃(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개인정보를 처리) 방식을 적용하고 수집 사실을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김정선 SK텔레콤 빅데이터팀 부장은 "가이드라인은 빅데이터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김정선 부장은 "빅데이터는 많은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라며 "빅데이터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산업 육성 과정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나, 사업자 입장에서 이번 가이드라인은 미흡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진화 다음커뮤니케이션 개인정보보호팀 부장도 "이번 방통위 가이드라인은 국내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의무만 강조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가이드라인에는 여러 고객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개인정보의 합리적 이용에 대해서는 거의 나와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도 "가이드라인 자체가 규제를 하겠다는 건지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건지 모호하다"며 "불필요한 개념과 용어가 난무해 혼란만 가중시킨다"며 지적했다. 방통위는 이날 토론회 의견 등을 반영해 이르면 이달 안, 늦어도 내달 중 가이드라인을 확정, 공표할 예정이다.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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