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주말 기자들과 만나 경제정책 복안을 일부 내비쳤다. '경제가 돌아가겠다는 희망'을 빨리 만들어내기 위해 경제정책 전반을 점검해 '확 바꾸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에 대해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도 입고 있는 격'이라는 말로 대폭 완화를 시사했다. 또한 '보약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바로 반응이 나올 대책도 중요하다'는 말로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단기적 경기부양 대책을 적극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이어지고 있는 경상수지 흑자 기조에 대해서는 '국민의 삶의 질로 나타나야 의미가 있다'며 견제하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저환율을 어느 정도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부총리 내정자 입장에서 적절한 비유를 섞어가며 의중의 일단을 내비쳐 여론을 떠본 듯한 태도가 전임자와는 달라 보인다. 관료ㆍ언론인ㆍ정치인을 두루 경력하며 쌓은 내공이 느껴지기도 한다. 큰 틀에서는 정책방향에 흠잡을 것이 없다. 현오석 현 부총리도 경제 활성화에 나름대로 매진했다. 하지만 가계와 기업 등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정책효과를 실감케 하지 못해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최근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이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를 낮춰야 할 정도로 경기가 더 냉각되기 시작한 참이다. 과연 최 내정자는 수렁에 빠진 경제를 건져내고 체감형 경기회복을 실현할 수 있을까. 복안을 적절한 정책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 내정자가 확실하게 의지를 밝힌 LTVㆍDTI 규제완화만 해도 그렇다. 의도는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있겠지만, 우리 경제의 아킬레스건인 가계부채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규제완화의 수위를 낮추면 정책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다. 부작용 방지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추경은 웬만큼 큰 규모로 하지 않는 한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할 것이다. 저환율 용인은 내수 확대로 보완되지 않으면 수출 억제를 통해 성장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의욕이 과욕으로 흘러 졸속을 낳아서는 안 된다. 단기적 경기부양이 필요한 시점이긴 하지만, 경제체질 개선 등 장기적 과제와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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