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잘못 알고있다…리더십 五害(오해)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국내 한 공공기관의 김모 사장은 직원들에게 항상 "상식을 깨라"고 주문한다. 애플 신화를 쓴 고(故) 스티브 잡스처럼 고정관념을 깨야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믿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자율성도 최대한 보장하려고 노력한다. 사장이 깨알같이 업무를 챙기기보다 직원을 전적으로 믿고 일을 맡겨야 성과도 잘 나온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이다. 리더십에 대한 숱한 책들도 리더의 덕목으로 자율 보장과 소통을 꼽는다. 과연 그럴까? LG경제연구소가 최근 흥미로운 보고서를 펴냈다. '리더가 흔히 빠지기 쉬운 오해들'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종전의 리더십 덕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리더십 도서에서 권장하는 '리더는 이래야 한다'는 방향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일례로 리더십 패러독스를 연구한 리처드 파슨의 리더십 정의를 꼽았다. 리처드 파슨은 리더십이 "딜레마의 경영이자 모호함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분권화와 통합, 속도와 신중 등 함께 공존하기 어려운 모순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이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리더십 주장들을 잘 살펴야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영혼이 없는 칭찬은 하나마나 = 리더들이 빠지는 가장 대표적인 오해는 칭찬이다. 리더십 학자 켄 블라차드가 쓴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교육 현장은 물론 회사 조직도 칭찬의 효과를 맹신한다. 하지만 칭찬을 많이 할수록 부하 직원들이 더 열정적으로 업무에 몰입할까?  보고서는 영혼없는 칭찬은 안하는 것만 못하다고 지적한다. 2003년 한국교육개발원이 80년대 전후로 태어나 영재로 주목받던 81명을 추적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평범하거나 기대 수준에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어려서부터 숱하게 들었을 칭찬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똑똑하다는 칭찬을 듣게 되면 심리적으로 부담을 느낀 나머지 열심히 하지 않고 '원래는 똑똑하지만 노력하지 않아서'라는 평가를 받으려는 심리(캐롤 드웩 스탠포드대 심리학과 교수)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리더가 부하직원을 독려하기 위해 칭찬을 남발하면 되려 직원들이 불안감에 빠져 업무능률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의례적인 칭찬은 '한계효용의 법칙'이 빠르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사례다. 리더가 의례적으로 칭찬을 하면 부하직원이 '빈말'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칭찬으로 동기를 부여하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는 것이 좋다. 또 다른 리더십 덕목인 '커뮤니케이션'도 잘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 조직의 소통이 강조되면서 리더들은 직원과의 스킨십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대화의 양이 적적 수준을 넘어서면 역기능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원 김모씨(31)는 1주일에 한번씩 '브레인 스토밍'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팀원 모두가 의견을 말해야 하는 탓에 회의는 한번 열릴 때마다 2시간을 훌쩍 넘긴다. 토론도 준비해간 자료를 읽는 수준이다. 김씨는 "미리 자료를 나눠주고 반론이나 첨부되는 내용만 의견을 교환하면 될 것을 아까운 시간만 축낸다"고 불평했다.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리더는 많은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정확하고 간결하게 소통해야 한다. 수천마리의 물고기가 새떼들이 순식간에 바꾸는 것은 신호 때문에 가능한 것처럼 간결한 커뮤니케이션이 조직을 이끄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에서도 "리더의 위치에 오르면 부하직원이 모르고 있는 것을 유려한 말솜씨로 가르쳐줘야 한다는 생각하기 쉽다"면서 "관계와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커뮤니케이션의 양만 신경 쓰면 소통이 아닌 불통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관리자냐 리더냐는 한끗차이 = 리더의 금기사항으로 꼽히는 '시시콜콜한 지시'도 조직에 필요한 덕목으로 꼽혔다. 리더에 위치에 오르면 '깨알같은 간섭'보다는 믿고 맡긴 뒤 기다리는 인내를 리더의 첫번째 덕목으로 여긴다. 하지만 리더의 관심과 지원이 CEO와 경영진, 직원간 거리를 크게 좁히고 정확한 판단과 결정으로 연결된다. 애플이 혁신 제품 개발에 성공한 것도 주요 제품 테스트에 최고경영진이 깊숙이 관여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냥 맡기는 것보다 상사가 시간을 내어 함께 고민할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경영학자 피 터 드러커는 "리더십은 인기가 아니라 성과"라고 강조했다. 좋은 리더는 존경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이 필요한 일을 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조직에선 '관리자가 아닌 리더가 되자'는 강박관념이 공공연하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고리타분한 관리자 보다 리더를 더 꿈꾸는 것이 다반사다. 경영학의 파괴적 선구자로 불리는 헨리 민츠버그 하버드대 교수는 '관리자 결핍의 시대'를 예측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리와 리더십은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리더십만 추종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일을 올바르게 하는 관리자도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강조한다. 리더십을 다룬 책에선 훈련을 통해 리더십이 나온다고 광고한다. 하지만 위대한 리더로 꼽히는 인물 가운데는 훈련한 이들은 별로 없다. 스티브 잡스나 잭 웰치 등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리더들은 훈련을 통해 리더십 지식을 얻지 않았다. 좋은 리더십의 비결은 스스로 타고난 리더십 잠재력을 끊임없이 확장시켜 나가는 노력이 꼽혔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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