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힘 받는다

진보교육감 시즌2, 부산·인천 등에도 확산 조짐…‘입시공부 소홀’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윤주 기자]6·4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13곳을 휩쓸면서 교육 현장에 예상되는 변화 중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혁신학교'다. 서울 지역의 경우 혁신학교에 부정적이었던 문용린 교육감 시절 후퇴했던 혁신학교 정책이 다시 살아나 신설학교 지역 중심으로 혁신학교 지정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진보 교육감이 새로 당선된 부산, 인천, 경남, 충남, 충북 등에도 혁신학교 모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3월 전국 초중고 혁신학교 현황 [자료: 이투스청솔 교육평가연구소]

 ◆혁신학교 확대, 기대감 높아져=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에서 김상곤 전 경기도교육감이 처음 시행한 혁신학교는 서울에는 전임 곽노현 교육감 시절 도입됐다. 학급 인원을 25명 이하로 운영하고 학교 운영과 교육 과정 운영에서 자율성을 가지며 교직원의 안정적인 근무와 행정 인력을 지원하기 위해 예산이 투입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인은 혁신학교에 대해 "학생을 일방적인 훈육 대상이 아닌 자율성을 가진 존재로 보기 때문에 창의적인 교육이 가능하다"고 평가하는 등 혁신학교 확대 의지를 분명히하고 있다. 그간 혁신학교를 운영하지 않았던 부산, 인천, 경남, 충남, 충북 등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됨에 따라 혁신학교 모델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학교에 재직 중인 교사들도 반색하고 있다. 강명희 선사고등학교 영어교사는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학교에 '반감'을 가지지 않는다는 점"이라며 "교사-학생의 수평적 분위기를 경험한 학생들은 교사가 자신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자세가 돼 있다는 것만으로도 학교를 깊이 신뢰한다"고 설명했다.  조정희 강명초등학교 교사는 "혁신학교에 아이들이 신뢰할 수 있는 교사가 많은 것은 교사의 개별 역량을 떠나, 혁신학교라는 시스템이 교사들을 서로 자극하게 만들어 교사 개개인의 강점이 학생들에게 파고들 기회가 생기기 때문"이라며 "시스템이 받쳐주니 교사의 역량 또한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되는 추세가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선사고등학교'의 사례= 서울 강동구에 소재한 선사고는 혁신학교 도입 첫해에 지정돼 올해 지정만료 4년을 앞두고 있다. 혁신학교 지정 첫해의 입학생을 올해 졸업시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정학교가 많지 않은 '혁신 고등학교' 운영의 한 모델이 되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졸업생 가운데 수시모집 합격자 비율이 일반 학교보다 높다. 학생들이 3년간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이 수시모집 합격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현장의 평가다. 예컨대 이 학교 학생 전원이 수행하고 있는 '선사연구과제'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졸업논문의 축소판이다. 학기 초에 전 학생이 모둠(3~7명)을 구성해 4월께 연구주제를 결정하면 주제에 따라 각 교과에서 1년간 꾸준히 연구·지도가 이뤄진다. '선사고 학생들의 뮤지컬에 대한 인식조사' '가장 심한 중독증세를 보이는 인터넷 게임 장르' '선사고 학생 및 교사들의 성차별에 대한 인식' '고가 명품화장품과 저가 화장품의 성능 비교' 등 학생들이 자유롭게 선정한 주제도 매우 다양하다. ◆지나친 낙관은 경계= 학부모들은 혁신학교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이다. 혁신학교에서 자녀를 졸업시켜 올해 대학에 보낸 한 학부모는 "고3 학생이 있는 일반 가정을 보면, 학생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한꺼번에 예민해지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 아이는 1~2학년 때의 연장선상에서 편안하게 학교를 다녔다"며 "아이가 원하고, 필요할 때는 사교육도 병행했다. 그러나 혁신학교를 경험한 3년의 과정이 아이 인생에 입시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데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동의한다"고 말했다. 반면 성적이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혁신학교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강제하지 않는 점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한 학부모는 "일반 학교라면 (공부) 잘하는 아이들 중심으로 집중적인 관리가 이뤄져 해당 학생들이 더욱 고무되는 경향이 크다"며 "혁신학교는 소위 'SKY반'처럼 학교 단위로 상위권 학생을 따로 지도해주지는 않으니, 그 부분은 전적으로 부모의 역할로 넘어온다는 점에서 고충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sayyunj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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