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공식 은퇴연령' 이후 가장 오래 일하기로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빠져 더는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나이인 '유효 은퇴연령'의 나라별 현황에 대한 OECD의 최근 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의 유효 은퇴연령은 평균 71.1세로 공식 은퇴연령(60세)보다 11.1세 더 높다. 유효 은퇴연령 자체는 멕시코 남자의 72.3세에 이어 2위이나 공식 은퇴연령과의 차이로 보면 우리나라 남자가 1위, 멕시코 남자가 2위(7.3세)다. 여자의 경우 우리나라는 유효 은퇴연령 69.8세로 공식 은퇴연령과의 차이가 9.8세다. 칠레(70.4세ㆍ10.4년)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2위다. 대표적 장수국가인 일본도 유효 은퇴연령이 남자 69.1세, 여자 66.7세로 우리보다 2~3세 낮다. 게다가 일본은 공식 은퇴연령이 우리보다 5세 높은 65세여서 두 연령 간 차이가 남자 4.1세, 여자 1.7세에 불과하다. 미국은 유효 은퇴연령이 남녀 모두 65세로 공식 은퇴연령 66세보다 오히려 1세 낮다. 미국뿐 아니라 독일,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선진국 대부분은 유효 은퇴연령이 공식 은퇴연령보다 최대 5세까지 낮다.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우리 사회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조사 결과다. 주요 선진국 사람들은 공식 은퇴연령에 도달하기 전에 은퇴해 여생을 여유롭게 보낸다. 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식 은퇴연령이 지나고도 돈을 벌기 위해 상당 기간 계속 일해야 한다. 우리나라 노인들이 유달리 일하기를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노후대비가 부족한 데다가 공적 노후보장마저 미비해 늙어서도 개인적인 소득활동을 하지 않으면 사회적 생존이 불가능한 데 있다. 이것은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노인들이 일터에서 떠나지 않으니 젊은이들에게 돌아갈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든다. 최근 경제성장세 둔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내수부진도 중년층 이상이 '노후에 대한 불안감'으로 지갑을 열지 않는 탓이 크다. 물론 죽기 직전까지 '자아실현을 위한 노동'을 필요로 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는 적절한 나이에 은퇴해 여생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는 나라가 선진국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