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인도를 만나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카레·짜이(밀크티)·요가의 나라. 불교의 발상지이지만 불교신자는 1%도 안 되는 국가, 티베트·버마(미얀마)·방글라데시·아프간·부탄 등 수많은 곳에서 건너오는 난민들의 천국. '인도(India)'다. 인구 12억의 거대한 나라 인도의 얼굴은 각양각색이다.그런데 인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저개발국가, 신비로운 종교의 나라쯤으로 머무는 것이 부지기수다. 언론에서 시시때때로 보도되는 힌두교인과 무슬림의 종교테러나 외국관광객에 대한 성추행 등의 기사는 인도에 대한 이미지를 부정적인 쪽으로 가둔다. '인도의 맨얼굴'을 똑바로 보는 것이 외부인으로서 그만큼 쉽진 않다. 신간 '또 다른 인도를 만나다'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부터 인도에 대한 고정관념 즉 '신비주의'를 지워버리라고 요청한다. 그리고 그가 14년간 인도에서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고 배운 것들과 현지 뉴스에서도 소개되지 못한 사실들을 근거로 인도의 민낯을 벗겨내고 있다. 그는 인도를 '세계 문화의 용광로'로 보는 데 주저함이 없다. 우선 저자는 음식을 예로 든다. 지금의 인도 카레는 중앙아시아인, 페르시아인, 유럽인들이 가지고 온 요리법이 인도음식을 만나 이뤄진 퓨전요리다. 밀크티 또한 영국의 식민지였던 시절 인도식 홍차를 만들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특히 차(茶)에 관련해 인도와 연관된 예들이 많다. 영국이 중국의 차에 열광해 무역적자가 심해지자 만들어낸 자구책이 바로 인도에 아편을 생산해서 중국에 팔았던 것과 실론섬(스리랑카)에서 대규모 차 농장을 세운 것이었다. 인도는 요가나 뉴에이지 음악 등 정신세계도 수출하고 있다. 비단 현대에서만이 아니다. 일례로 불교를 들 수 있는데, 인도에서 탄생한 불교는 중앙아시아 오아시스 국가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까지 퍼져나갔다. 비록 지금은 인도에서 힌두교도가 다수를 점하곤 있지만, 저자는 "인도를 힌두교의 나라라고 규정하는 순간 이에 해당하지 않는 무슬림, 시크교인, 기독교인, 불교인, 자이나교인은 설 자리가 없어진다. 또 아리아인의 나라라고 규정하는 순간 남인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드라비다인과 북동부 지역의 몽골인, 일부 니그로 계열의 섬사람들은 무시되는 것"이라고 인도를 그 무엇으로 단정 짓는 것을 경계했다. 이처럼 수많은 종족과 종교가 융합해 다양성을 꽃피웠고 여러 왕조들이 거쳐 간 인도는 영국의 식민지배가 한창이던 19세기 중반에야 본격적으로 '인도인'이라는 통일된 민족의식이 생겼다. 역설적이게도 해방 후 파키스탄과의 분리독립은 인도 내에 종교분쟁을 심화시키고 문화적 힘인 다양성을 줄어들게 했다는 데 저자는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밖으로 드러난 종교분쟁에는 정치적, 역사적인 맥락이 숨겨져 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을 한국사회의 상황과 비교할 수 있다고 언급한다. "분단의 이미지가 두 종교 세력 간의 갈등이 생길 때마다 사용되고, 서로를 적대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타인과의 관계에서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대 세력으로 쉽게 규정하며 소위 '빨갱이', '공산당', '좌파' 등으로 몰아붙이는 경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 책은 인도의 문화사와 생활사가 저자의 경험과 함께 녹아 있어 생생한 현장감이 돋보인다. 인도를 제대로 알고 싶은 이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하다. <또 다른 인도를 만나다/공영수 지음/평단/1만3000원>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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