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진기자
포털 만년 2위와 모바일 1위가 합병한 것은 이같은 절박함이 작용한 것이다. 인터넷 업계 최대 규모 거래가 성사되면서 통합법인 다음카카오는 재도약의 기회를 마련했다. 다음카카오는 시가총액 3조4000억원, 연매출 4000억원대다. 양사는 모바일과 포털 전 영역을 아우르는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성장 기회를 맞게 됐다. 포털의 모바일 권토중래와 해외 공략이 이번 계약을 성사시켰다는 분석이다. 포털이 모바일 메신저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특히 반(反)네이버 전선이 형성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네이버는 포털에 이어 모바일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라인에 게임 음원 등 콘텐츠와, 상거래 서비스 등을 연계하며 모바일 포털로 전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두 기업의 강점이 상반된다는 점에서 이번 합병은 '반 네이버'라는 구호 속에서 어떻게 네이버를 따라잡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네이버가 포털의 성장 한계를 극복하는 카드로 라인을 선택한 것처럼, 다음과 카카오도 포털과 모바일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너지를 기대하는 것이다. 다음의 경우 주요 수입원인 인터넷 검색 시장에서 점유율 10%대로 1위 네이버(70%)와 격차를 7배 이상 벌이고 있지만 콘텐츠와 광고 등 수익모델을 주로 갖고 있다. 다음의 포털 구축 노하우와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에 접목되면 저변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의 독립 경영은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내년 5월 기업공개(IPO)를 준비중인 카카오는 합병을 통한 우회상장을 노린 것이다. 카카오는 글로벌 진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해외시장 입지 확보를 위한 대규모 마케팅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양사의 핵심 경쟁력을 통합해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강력한 추진력을 확보하게 됐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카카오 경영진들은 라인에 비해 해외시장에서 밀린 이유가 마케팅 전략의 문제로 보고 있다. 메신저 플랫폼은 제품 자체보다는 현지화에 따른 마케팅 전략이 성공을 좌우한다. 시의적절하게 현지화된 마케팅을 실행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라인과 격차를 벌였다는 분석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이 시가총액 125조원의 텐센트를 등에 업은 위챗을 경계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이번 합병으로 시총 3조원대의 공룡기업이 탄생했지만, 네이버(25조원)에 비하면 8분의 1 수준인데다 해외 시장 성공 가능성에도 의문이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과 카카오 인수합병이 국내 인터넷 시장 판도변화에 도화선이 될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