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이야기가 전해오는 곳곳의 우물 소개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종로구는 예부터 산좋고 물좋기로 유명했던 종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곳의 사연 있는 우물의 흔적들을 소개한다.일상 생활에서 중요한 요소였던 우물은 주로 마을 한 가운데 자리해 공동체 의식을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이었다. 따라서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나날이 화려해진는 삼청동길 그 중심에서 조금 벗어난 작은 골목에는 삼청동 복정우물(삼청로4길 4인근)이 자리하고 있다. 이 우물은 궁에서만 사용해 평소에는 군인들이 지키며 일반인들의 사용을 막았다. 일반인들은 일 년에 한번 정월대보름에만 복정우물물을 마실 수 있었는데 이 물로 밥을 지으면 행운이 따른다고해 많은 백성들이 복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왕이 특별히 허락해 주었기 때문이다. 복정우물은 복을 준다는 의미를 되살리자는 주민들의 건의로 지난 2011년 옛 모습을 되찾았다. 종로구는 남아있는 석축을 바탕으로 과거의 모습을 복원해 지역주민들과 탐방객을 위한 쉼터로 조성했다.
복정우물
많은 관광객들로 붐비는 북촌한옥마을의 기와지붕 사이에는 가회동 석정보름우물(계동길 110)이 있다. 우물물이 보름은 맑고 보름은 흐려져‘보름우물’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이 우물에는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선시대 신분의 벽을 넘어 사랑하던 두 남녀가 집안의 반대를 이기지 못해 결국 남자가 우물에 몸을 던졌고 여자도 보름 뒤 남자를 뒤따랐다고 한다. 그러자 우물물이 넘쳐 흘렸고 사람들이 이들의 혼을 달래는 제사를 지낸 후에야 우물물은 넘치는 것을 멈췄다. 그 뒤부터 우물물은 보름은 맑고 보름은 흐려지게 되었다고 전해오고 있다. 조선 후기에는 많은 천주교 신자들이 이 곳 우물물로 세례를 받았는데 천주교 박해로 많은 순교자가 생기자 한동안 물에서 쓴 맛이 나서 사람들이 먹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석정보름우물은 1987년에 한 차례 복원됐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돌로 채워진 우물을 지난해에 다시 복원하고 안내판과 안전을 위한 투명 덮개를 함께 설치했다. 우물이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찾은 북촌에 있어 주변 문화재, 한옥마을과 함께 우리 조상들의 일상의 모습을 잘 전해주고 있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삼청공원 옆 주택가 한 켠에 작은 기와를 이고 있는 성제정(삼청로9길 62)은 도교의 제사를 지내던 소격서에서 사용하던 우물이었다. 돌 사이에 흘러나오는 물맛이 좋아 정조 때는 수라상에 우물물을 진상하기도 했다. 미로처럼 복잡한 주택가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백호정(白虎亭, 종로구 옥인3길 40)에는 조선시대 무인들의 활터로 인왕산에 살던 병든 흰호랑이가 활터 옆 작은 샘에서 물을 마시고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 이야기를 따라 전국에서 약수통을 들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로 붐비기도 했던 이 우물의 물은 비록 지금은 마실 수 없게 되었지만 그 의미를 인정받아 지난 1월 문화재 지정이 예고됐다.
성제정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 주택가에는 백동우물(동숭나길 15 일대)의 흔적이 있다.‘백동’이란 이름은 동숭동의 옛 지명에서 유래했고, 백동이라는 이름 외에도 우물이 크고 깊어 가물지 않는다는 뜻의 ‘큰 우물’, 우물 옆에 연당(연을 심은 못)이 있어 ‘연당우물’이라 불리기도 했다. 놀이터 옆 표지석으로만 남아 있는 백동우물터를 널리 알리기 위해 종로구는 표지석을 새로 설치하고 주변 환경도 정비할 계획이다. 종로구는 우물과 각종 문화재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발굴해 관광코스와 연계를 통한 스토리텔링 관광으로 더욱 생생하게 선조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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