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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연말정산이 '13월의 월급'에서 '13월의 세금'으로 바뀐 것에 대한 논란을 행태경제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글이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김광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KDI가 최근 발간한 '나라경제' 5월호에서 최근 각광 받고 있는 행태경제학(behavioral economics)을 통해 연말정산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를 분석했다.김 교수는 "연말정산에 따른 소득변화는 손실기피(loss aversion)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행태경제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을 평가할 때 어떤 기준점(reference point)을 설정해 그것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월급이 3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떨어질 때의 불쾌감이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오를 때의 행복감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성향을 손실기피라고 부른다.김 교수는 "원천징수 감소에 따른 월급 증가는 일단 그 절대액이 크지 않아 사람들에게 느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따라서 그에 따른 만족감 증가도 크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그에 비해 연말정산 환급액이 크게 줄거나 오히려 추가로 세금을 납부하게 된 상황은 일단 '손실'의 절대액이 크기 때문에 확실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게다가 손실기피 성향에 의해 그에 따른 상실감이 더 증폭된다. 김 교수는 "'13월의 세금'이 주는 고통이 소폭 오른 월급에서 오는 만족감을 상쇄하고도 남을 수 있는 이유"이라고 말했다.김 교수는 이어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라는 속담을 통해 할인율을 설명한다. 주류경제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매우 비합리적인 말이다. 미래의 손해는 현재 관점에서 볼 때 할인이 되기 때문에 매 맞는 것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득을 볼 일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와 반대로 행동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가령 임금 총액이 같을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점점 하락하는 형태보다 점점 상승하는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뭔가 불쾌하고 피하고 싶은 일은 빨리 해치우려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좋은 일은 미뤄서 그 기대감을 즐기고, 하기 싫은 일은 빨리 해결해서 부담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모두 할인율이 양(+)이 아니라 음(-)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주류경제학의 이론과는 큰 차이가 있다.김 교수는 "연말정산에 따른 소득 흐름의 변화는 이중의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 "나중에 누릴 수 있는 기쁨을 빼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불쾌한 것으로 바꿔치기해 안 좋은 일이 마지막에 오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김 교수는 "행태경제학이 아직 주류경제학과 어깨를 견줄 만한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며 엄밀한 분석틀이나 방법론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행태경제학에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경제학자들도 다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모든 사람들이 항상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것처럼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예측할 때 주류경제학의 틀로만 생각하면 안 되는 이유"라면서 "이런 점에서 행태경제학은 실용적인 측면에서 정책 입안자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말했다. 세종=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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