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너명 팀 꾸려 방문 진료...센터 규모 확대해야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유가족들이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을까, 그게 가장 큰 걱정입니다."국내 첫 트라우마 치료기관인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를 찾은 것은 5일 어린이날. 눈 부시게 화창한 날씨가 잔인할 정도로 센터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은 가운데 하규섭 국립서울병원 원장은 유가족들의 심리 상태를 우려했다. "슬픔을 이겨내지 못한 가족들이 혹시라도…"하며 말을 잇지 못하면서 "그렇기에 세월호 충격의 치료는 지금부터가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가 문을 연 것은 지난 1일. 세월호 사건 직후 흩어져 활동하던 중앙정부와 경기도와 안산시 심리지원 인력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다. 단원고 수학여행을 인솔했던 강모 교감이 세월호 사고 직후 '살아남은 죄책감(생존자 증후군)'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계기가 됐다. 센터 관계자는 "단원고 학생들은 물론 선생님들에게 대한 심리치료도 필요하다고 판단해 교감 선생님부터 찾았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고 안타까워하면서 "유가족 가운에 또 다른 희생자를 막는 것이 임무"라고 설명했다. 옆에서는 노란 조끼를 입은 심리치료팀이 2~3명 짝을 이뤄 유가족들을 방문할 채비를 서둘렀다. 일부는 직접 센터를 찾아온 유가족과 단원구 주민들을 상담했다. 이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아직은 제 몸을 챙길 경황이 없어 직접 찾아가서 진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생존자나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은 지금부터가 위험하다는 게 센터 직원들의 우려다. 생명의 위협을 경험하거나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겪는 정신적 충격 반응인 PTSD는 사건 발생 후 한달 이상 불안감 등 사고 휴유증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이후 3주가 지난 만큼 PTSD 환자는 본격적으로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신경정신과 전문의는 "상담자 가운데 '죽고싶다'는 말을 자주하는 PTSD 고위험군이 상당수 있다"면서 "원래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가 있던 분들이 세월호 사건으로 더 악화된 경우"라고 설명했다. 센터는 단원보건소내 정신건강증진센터 공간을 빌려 쓰고 있어 제대로 된 현판이 없다. 심리치료사를 포함한 전체 직원 40여명 가운데 신경정신과 전문의도 5명에 불과하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250명) 유가족 등 심리치료 대상자가 1000여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전문의 한명이 200명을 돌봐야 하는 셈이다. 정부는 이달 안으로 새로운 건물을 마련해 센터를 이전한다는 방침이지만 인력 확충도 서둘러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트라우마는 사고 충격이 '뇌'에 각인된 경우다. 단순한 심적 고통보다 훨씬 더 회복되는 시간이 길다. 보건복지부는 안산트라우마센터를 향후 3년간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트라우마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관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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