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시든 꽃, 바짝 마른 김…타들어가는 모정

3일 진도 팽목항 선착장에서 불일스님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진도(전남)=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세월호 침몰 18일째인 3일, 제단 위 텀블러에 꽃힌 꽃은 시들어간다. 옆에 놓인 김도 바짝 말랐다. 부모 마음도 타들어 간다. 진도 팽목항 선착장에 마련된 제단에는 아이들이 살아생전 좋아했던 피자, 햄버거, 통닭, 과자, 음료수 등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혹시나 다쳤을까 과산화수소 소독약과 대일밴드도 있다. 행여 춥지 않을까 양말과 핫팩을 두고간 실종자 가족도 있다. 용돈 한 번 두둑하게 주지 못했다는 한 실종자 가족은 만원 짜리 한 장을 놓아뒀다. 그렇게 한 두명씩 놓고간 음식들로 제단은 더 이상 자리가 없을 정도로 빼곡히 찼다. 며칠 전에는 일본에서 취재를 위해 온 외신기자가 제단에 초코파이 한 상자를 놓고 갔다. 실종자와 희생자를 기리는 마음은 국적을 뛰어넘는다.

3일 진도 팽목항 선착장 앞에 마련된 제단 위에 희생자들을 위한 음식과 양말, 핫팩 등이 놓여져있다.

이 제단을 지키고 있는 불일 스님은 세월호 침몰 사고 이튿날부터 실종자 가족의 넋두리를 들어주고 염불을 외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한 실종자 어머니가 천주교 묵주를 쥔 채 제단 앞에 앉았다. 아직도 오지 않는 딸을 기다리고 있다. 10분이 지났을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듯 힘겹게 몸을 일으킨 어머니가 바다를 향해 쉰 목소리로 내지른다. "우리 애기, 오늘 꼭 와. 엄마 기다릴게. 오늘도 안 오면 엄마 안산 가버릴거야." 엄마의 간절한 외침에 피켓을 들고 멀찍이 서있던 아줌마 한 분이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친다. 엄마의 이런 간절한 기다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를 집어삼킨 바다는 고요하기만 하다. 하루에도 이런 광경을 수없이 목격하는 불일스님은 "눈물을 안 흘리려고 해도 안 울수가 없다"며 "뭐 하나 가슴 안 아픈 게 없어서 사연 하나만 꼽을 수가 없다"고 했다. 100일간 머무르며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겠다는 스님은 "시신 찾았다며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가는 희생자 가족을 보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제는 시신만이라도 찾는 게 희생자 가족들의 가장 큰 바람이 됐다.가족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을 달래기 위해 불일스님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기도, 또 기도뿐이다. 비가 와도 마찬가지다. 불일스님은 "천막이 설치되기 전 비가 오면 비에 편지가 다 젖고 그랬다"며 "마음이 아팠는데 이제라도 천막이 설치돼 다행"이라고 말했다.진도(전남)=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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