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고는 정부의 무능, 무책임, 부실한 재난 대응이 키운 참사다. 따져보면 정치권 책임도 그에 못지않다. 여야가 당리당략을 앞세워 싸움만 하느라 국민 안전과 직결된 법안 처리를 미뤄왔기 때문이다. 국회는 오늘 본회의에서 해상 안전을 강화하는 내용의 선박 입ㆍ출항법과 수학여행 안전수립을 의무화하는 학교 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법 등을 통과시켰다. 뒷북 대응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선박 입ㆍ출항법을 15개월간 방치하다 세월호 사고가 나자 화들짝 놀라 지난 주말에 통과시켰다.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 후 지난해 11월 제출된 학교 안전사고 관련법도 마찬가지다. 며칠 사이에 뚝딱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을 왜 이제까지 미뤄왔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진즉에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더라면 세월호 참사를 막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면 울화가 치민다. 정치인들이 언행을 조심하고 있지만,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다. 여전히 민생법안은 뒷전이다. 기초연금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이 국회로 넘어온 게 지난해 11월인데 반년이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절충안을 마련했으나, 야당이 내부 사정으로 당론 채택에 실패하면서 4월 처리가 어렵게 됐다. 다음 달 2일 본회의 전까지 당내 의견 조율을 시도한다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진정 노인들을 위한 버티기인가. 7월부터 연금이 나오리라 믿고 있는 노인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불효정치'다. 지난해 9월 이후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한 '식물 상임위'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의 경우는 더 심하다. 방송법에 발목이 잡혀 통신비 부담을 줄여줄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 정보통신 관련 개인정보를 강화하는 정보통신망법 등 시급한 민생법안을 비롯한 127개 법안이 몇 달째 잠자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6800여건에 이른다. 처리가 시급한 민생ㆍ경제관련 법안만도 100여건이다. 여당의 무기력, 야당의 무책임으로 2월 국회에 이어 4월 국회도 알맹이 없이 끝날 공산이 커졌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은 비탄과 무력증에 빠져 있다. 정치권은 국민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가를 헤아릴 때다. 여야는 주요 현안을 이번 국회에서 서둘러 처리해 진정 민생과 경제를 살리는 정치를 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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