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선박 안전운항 매뉴얼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새삼 확인시켰다. 1993년 서해 훼리호 사고와 이듬해 충주 유람선 사고 이후 안전 매뉴얼은 선진국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했으나 현장에선 철저히 무시당했다. 세월호는 총체적 안전의식 부재의 현장이었다. 출항 전 제출하는 안전점검 보고서부터 엉터리였다. 여객 명부는 '없음'으로 표기됐다. 탑승객 수 발표가 오락가락한 이유다. 화물 적재량도 실제의 절반만 기록했다. 싣지 않았다고 적은 컨테이너는 배 앞 갑판에만 10여개가 있었던 것이 침몰 당시 영상으로 확인됐다. 그나마 규정대로 단단히 결박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세월호는 인천항을 출발했다. 안전점검을 맡은 한국해운조합이 허위 보고서를 승인해줬기 때문이다. 해운조합은 세월호 운영사인 청해진해운 등 해운사가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이익단체다. 이런 데서 안전운항 감시ㆍ감독권을 갖는다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사고 발생 이후 구난 매뉴얼도 무용지물이었다. 세월호는 해경과 인근 선박에 사고 사실을 동시에 전파할 수 있는 16번 비상채널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12번 채널로 멀리 떨어진 제주관제센터와 교신했고, 제주관제센터는 이를 사고해역 관할 진도관제센터에 바로 알리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관할 제주관제센터와 해경 관할 진도관제센터의 공조체제에 구멍이 뚫렸다. 18년 된 중고 배를 일본에서 들여와 승객을 더 태우려고 객실을 개조한 것도 문제였다. 무리한 객실 증축으로 배의 무게중심이 위로 올라가 안전에 위해요소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선박 안전검사를 맡은 한국선급은 세월호를 합격시켰다. 무리한 증축을 합격시킨 한국선급과 엉터리 출항보고서를 승인한 해운조합 모두 해수부 출신 공무원 또는 해수부와 관계가 깊은 인물이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른바 '해피아(해수부+마피아)'다. 지도ㆍ점검 기관인 해수부와 산하ㆍ유관 기관이 결탁해 봐주는 그릇된 관행이 똬리를 틀기 좋은 환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타파하라고 역설했지만 부처 이기주의는 건재하다. 관료 조직과 산하 기관ㆍ단체로 연결되는 마피아 조직도 끈끈하다. 차제에 해상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소를 총점검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이 수많은 희생자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하는 길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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