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초 두아토 '바흐에 대한 존경심, 발레로 표현했다'

유니버설발레단과 '멀티 플리시티' 공연…25일부터 LG아트센터

나초 두아토( 사진제공: 유니버설 발레단 )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바흐의 음악과 발레가 만났다. 유니버설발레단이 한국 발레단으로는 처음으로 오는 25일부터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멀티 플리시티'를 선보인다. '멀티 플리시티'는 세계적인 안무가 나초 두아토의 작품으로, 유니버설발레단은 스페인 국립무용단, 독일 바바리안 국립발레단, 노르웨이 국립발레단, 러시아 미하일롭스키 발레단에 이어 세계에서 5번째로 이 작품을 올리게 됐다.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2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04년 이 공연을 처음 봤을 때부터 뇌리에 꽂혔다. 언젠간 우리 발레단에서 이 작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나초 두아토의 작품은 무용수라면 누구나 하고 싶고, 관객이라면 누구나 보고싶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멀티 플리시티'는 1999년 나초 두아토가 독일 바이마르의 의뢰를 받아 만든 작품이다. 때마침 음악의 아버지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서거 250주년을 맞이해 나초 두아토는 바흐의 음악을 가지고 공연을 만들었다. 공연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나초 두아토는 "바흐가 바이마르에서 10년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20분짜리 공연을 준비했는데, 처음에는 프로듀서에게 전화로 5분 늘려달라고 했다가 다음에는 30분, 그 다음에는 아예 1막을 더 늘려달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모던 발레로는 특이하게 120분 전막으로 구성돼있다. 작품에는 골드베르크 바리에이션 BWV 988,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3번 등 총 23곡의 바흐의 음악을 사용했다. 특히 여자무용수를 첼로삼아 연주를 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1부에서는 바흐가 살던 바로크 시대의 음악, 미술, 건축, 무용 등 다양한 예술을 상징하는 '멀티플리시티', 즉 다양성을 표현했다면, 2부는 바흐의 말년과 죽음에 초점을 맞춘 '침묵과 공의 형상(Forms of Silence and Emptiness)'으로,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진다. 나초 두아토는 "바흐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하기 싶었지만, 그의 음악들이 너무나 아름다웠기 때문에 내 '더러운 손'(dirty hands)으로 바흐의 음악을 건드린다는 데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말했다. "춤출 수 있는 곡들로 선정을 했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바흐와 대화했다. '내가 이 음악을 써도 괜찮겠어요? 화를 내진 않으시겠죠?'하고 말이다. 정말 조심스럽고, 존경심을 가지고 선곡했다."

유니버설 발레단을 지도하는 나초 두아토( 사진제공: 유니버설 발레단 )

그의 작품 중에서도 표현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멀티 플리시티'를 유니버설 발레단과 함께 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유니버설 발레단의 무용단들은 움직임이 좋고, 집중력이 뛰어나다. 이 작품은 모던 발레이지만, 고전 발레의 테크닉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작품인데, 유니버설 무용단은 생각보다 더 움직임이 자유로워서 놀랐다. 이 발레단과 지속적으로 함께 작업하면서 단원들이 예술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 기쁘다." 앞서 유니버설발레단은 '나 플로레스타', '두엔데' 등의 작품에서 나초 두아토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나초 두아토는 1980년 스톡할름 쿨베리 발레단에서 데뷔한 지 1년 만에 네덜란드 댄스시어터의 세계적인 안무가 이어리 킬리안에 의해 전격 발탁되며 이름을 날렸다. 1983년 첫 안무작 '닫혀진 정원'으로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으며, 이후로는 '킬리안의 후계자'로 세계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자리에서 두아토는 농담으로 "24년 전에 킬리언과 이혼(divorce)했다"며 "킬리언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이어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나의 작품은 나만의 색깔과 색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안무가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항상 나는 내가 아마추어처럼 느껴진다. 다음 작품이 어떨지에 대해 불확실하다. 하지만 연습실에 들어갈 때는 모든 안무를 다 짜서 가지 않고, 음악에서 받은 영감과 그 날의 분위기로 결정한다"고 답했다. 문훈숙 단장은 "두아토는 정말 천재적이면서도 겸손하다"며 "이번 작품을 보고 나면 바흐의 음악을 이전과 똑같이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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