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비리를 막는 데 내부고발 제도가 유용하다는 의견이 재계에서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어제 '내부통제를 통한 기업평판 관리'를 주제로 윤리경영임원협의회를 열어 내부고발 제도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최근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롯데홈쇼핑의 납품 비리가 사회문제화한 상황에서 주목된다. 전경련이 내부고발 제도를 기업 내 윤리경영 지킴이로 활용하자는 것은 내부고발이 활성화하면 비리 적발에 걸리는 시간이 단축됨으로써 기업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 그동안 내부고발은 기업윤리 차원에서 양날의 검으로 인식돼왔다. '사내 불신을 조장하고 회사 망신만 시킨다'는 지적과 '비리를 사전 차단함으로써 기업평판 관리에 이롭다'는 주장이 맞서왔다. 대기업 단체인 전경련이 내부고발 제도의 장점에 주목한 것은 의미있는 변화다. 내부고발이 기업 비리를 찾아내는 가장 유용한 수단이란 점은 통계로 입증된다. 국제공인부정조사관협회(ACFE)가 2012년 세계 96개국의 기업ㆍ정부기관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1388건의 부정부패 사건 중 제보를 통해 적발한 비율이 43.3%로 가장 높았다. 관리점검이나 내부감사, 우연, 계좌대조, 서류검토 등에 따른 적발 비율을 합친 것과 맞먹는다. 내부고발이 사회의 부정부패를 고발하고 제도 개선을 이끈 사례는 적지 않다. 현직 감사관의 감사원 감사비리 폭로는 부패방지법 제정의 계기가 되었다. 현역 장교의 양심선언으로 군 부재자투표의 부정이 드러나 선거제도의 개선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내부고발자를 '조직에 대한 배신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하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 2월 사이 부패 신고ㆍ협조자의 신분보호 요구가 186건인데, 그중 절반이 안 되는 67건만 보호조치를 받는 데 그쳤다. 내부고발자가 괘씸죄로 몰려 따돌림을 받거나 조직을 떠남으로써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건전한 내부고발이 나오긴 어렵다. 물론 선의의 제보는 포상해야겠지만 악의적ㆍ음해성 제보는 제재해야 마땅하다. 전경련의 논의가 신고자 보호와 포상금 지급 등을 통해 내부고발 제도를 활성화시키는 제도 마련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기업들도 내부고발을 '독'이 아닌 '약'으로 인식해야 한다. 구성원의 정의감은 기업의 미래를 살릴 수 있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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