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서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좋지 않은 신호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부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자영업자 가구의 빚이 늘고 채무상환능력도 한층 나빠졌다. 천정 모르고 치솟는 전세보증금을 마련하려고 대출받는 가구가 늘면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빚더미에 올라선 자영업자와 렌트푸어의 신용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어제 '자영업자 가계부채의 특징' 보고서에서 지난해 말 자영업자 가구당 빚이 평균 1억16만원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임금근로자 가구(5169만원)의 두 배 규모다. 전년 9427만원보다 6.2%가 늘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 가구의 부채 증가 속도가 빨랐다. 이들 가구의 부채는 1억1760만원으로 전년보다 18.5%나 늘었다. 다른 세대는 평균 9163만원으로 0.3% 줄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은 소득이 줄면서 상환능력이 나빠졌다. 자영업자 가구의 지난해 평균 소득은 4397만원으로 전년(4425만원)보다 감소했다. 이에 따라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상환 금액인 채무상환비율은 31.5%에서 34.9%로 높아졌다. 빚의 질도 안 좋아졌다. 신용대출액이 2012년 1327만원에서 2013년 1678만원으로 26.4% 커졌고 비은행권 부채 비중은 24.1%에서 26.9%로 확대됐다. 빚 갚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전세대출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대출액이 늘면서 부실도 커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8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5000억원 넘게 늘었다.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56%에서 3분기 0.7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0.63%에서 0.56%로 떨어졌다. 집값 대비 전세가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우려스런 현상이다. 세입자는 빚에 눌리고 집주인은 역전세난에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가계 빚은 개인은 물론 국가 경제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부른다.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투자 부진과 일자리 감소의 악순환을 부른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 자영업자의 추락은 중산층 붕괴와 노령화 사회의 위기를 알리는 신호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정부는 상황이 더 급박해지기 전에 대비책을 서둘기 바란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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