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장시간근로는 생산성과 근로의 질을 저하시키고, 일자리 창출기반을 약화시킬뿐만 아니라, 저출산 추세와도 연결이 된다.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가의 근로시간과 비교하여 길다. 현재 정부와 여당는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여 1주 최장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입법안을 노사정 합의에 기초하여 조속히 통과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단축하고자 할 때 반드시 감안해야 할 것이 바로 노동시장 상황의 변화다. 한국의 노동시장에서도 업종 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비교 시는 물론 기업 내부에서도 업무의 성격이나 역할에 따라 노무제공 형태가 매우 다양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분열과 분할은 통일되었던 노동법 적용도 분열과 분할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근로시간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규제엔 예외규정이 많다. 1주 40시간 1일 8시간을 원칙으로 하면서도 업종별로 근로시간의 특례, 근로시간 계산의 특례와 탄력ㆍ선택ㆍ재량근로제 등의 예외를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이 법정 기준근로시간 원칙에 대해 예외규정이 많은 이유는 근로시간 규정들을 근무형태의 다양성과 업무량의 증감에 탄력적으로 적용할 수 있어야 하고, 각 사업장의 근로시간 운영실태와도 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연구개발업무 등 전문적 재량업무는 업무시간을 근로자의 재량에 맡길 필요가 있다는 점에 기초하여 법에서도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법정기준 근로시간 원칙의 적용을 배제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을 법제화한다면 단축되는 근로시간제도가 통일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업종이나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될 필요가 있는지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무직 근로와 생산직 근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생산직의 경우는 자동화된 라인에서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생산량으로 이어지고 근로시간을 임금기준으로 삼아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생산이 자동화 되어 가는 추세에서는 생산직은 더욱 줄어들고 사무직과 연구개발직은 늘어간다. 사무직과 연구개발직은 개인별 역량이나 집중도에 따라 성과의 편차가 크고 근무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사무직과 연구개발직들은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늘어난 연장근로에 대해 수당을 지급하게 한다면 어떻게 하든 근로시간만 때우려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러한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근로시간 단축을 생산직과 사무직에 대해 통일적이고 획일적으로 적용할 것을 예정하고 있는 현재의 근로시간 단축안은 근로기준법이 수용하고 있는 근로시간제도의 유연화 방향과 변모하고 있는 노동시장과 노동법의 탈중심화 경향에도 맞지 않다. 그런 점에서 생산직만을 염두에 둔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해서는 더더욱 안된다. 사무직과 연구개발직에 대해서는 재량근로제와 같은 유연한 근로시간제의 확대 조치가 필요하다. 일부 직종과 신상품과 신제품 개발 인력에게만 제한적으로 적용되는 재량근로제는 사무직과 연구개발직 일반으로 확대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확대 적용의 방법은 근로시간 단축의 적용 예외를 법률로 정하거나 노사합의로 법률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사무직ㆍ연구개발직과 생산직을 차별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업무의 성질과 근로시간의 의미가 상이한 것을 이유로 노동법 적용에 차이를 두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근로시간 단축 논의는 법률의 통일적 적용이 갖는 한계를 재음미하게 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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