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어제 '2013년 국민계정(잠정)'을 발표하면서 경제 성장률이 3.0%에 달했다고 밝혔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처음으로 2만6000달러를 넘어섰다. 예상을 웃도는 경제성적표다. 그런데도 국민 대다수는 경제가 나아진 것을 피부로 느끼지 못한다고 말한다. 성장의 동력이라 불리는 설비투자는 오히려 전년보다 줄었다.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이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모순이 거듭 확인된 것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같은 날 내놓은 '국민 복지의식 조사' 결과는 왜 성장의 과실을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듯싶다. '한국은 어떤 사회에 근접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에 "부자는 극소수이며 가난한 사람이 많은 사회" 또는 "부자가 약간, 가난한 사람이 대부분, 중간층은 거의 없는 사회"라는 응답자가 63.4%에 달했다. 많은 국민이 부의 쏠림과 빈부 양극화 현상을 우리 사회의 현실로 인식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가계의 몫도 낮다. 지난해 가계ㆍ기업ㆍ정부 소득을 포함한 1인당 GNI에서 가계 몫(PGDI)은 56.1%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2012년ㆍ62.6%)를 크게 밑돈다. 갈수록 가계보다 기업이 더 부자가 되고, 사회는 소수의 부자가 부를 독점하는 양상이니 성장세의 확장이나 지표상의 소득 증가가 서민의 피부에 와 닿기 어려운 것이다. 실제 지난해 서민경제를 돌아보면 전ㆍ월세 대란, 자영업자의 몰락에서 눈덩이 가계부채에 이르기까지 힘겨운 삶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총체적 경제는 합격점을 받았다. 여기에는 통계산출 방식을 바꾼 것도 작용했다. 2013 국민계정은 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 부의 쏠림 현상뿐만 아니라 '성장 동력은 작동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한다. 지난해 설비투자는 1.5% 감소했고 국내 총투자율은 전년보다 2.0%포인트 떨어진 28.8%를 기록했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 놓고서도 투자하지 않은 결과다. 민간소비 증가율도 2.0%로 지지부진했다. 겉은 멀쩡하지만 속으로는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는 답답한 모습, 그것이 한국경제의 자화상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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