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폰이몽' 보조금…국민 '풀어라' vs 국회 '막아라'

-"이통사 영업정지 효과없다"·"최소 보조금 수준 높이자" 의견 일치-"너무 비싼 휴대폰 가격, 가계통신비 부담 원인" 의견도 다수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영식 기자, 권용민 기자, 윤나영 기자] 휴대폰 보조금은 선(善)일까, 악(惡)일까, 이동통신사들이 불법 보조금에 대한 처벌로 지난 13일부터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정부와 국회는 보조금을 반드시 통제해야 한다고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서는 보조금을 자율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아시아경제신문은 일반 소비자들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 결과 대중들과 국회의원들의 시각차가 가장 엇갈린 부분은 보조금의 규제 여부였다. 절반 이상의 소비자들이 "휴대폰을 싸게 살 수 있으므로 보조금을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고 답한 반면, 정책입안자인 국회의원들은 여야 대다수가 "보조금을 규제해야 한다"고 답변했다.다만 지금 시행 중인 이통사 영업정지가 국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실질적 제재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며, 현재 최대 27만원으로 묶여 있는 휴대폰 보조금 가이드라인을 더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는 소비자들과 국회의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또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너무 비싼 휴대폰 가격을 내려야 한다는 것에도 많은 소비자들과 국회의원이 찬성했다.

◆소비자들 "보조금 왜 막나"= 본지가 여론조사업체 오픈서베이(www.opensurvey.co.kr)에 의뢰해 전국의 20~50대 성인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부가 이통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에 대해 86.3%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긍정적인 답변은 13.8%에 그쳤다. 부정적인 의견 중 51.8%는 '영업정지가 아닌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을 통과시키는 것과 같은 제3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답했으며, 34.5%는 '휴대폰을 팔지 못하면 제조사와 유통점만 타격을 입게 되고 소비자들만 불편해질 뿐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정부가 보조금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과반을 넘었다. '사기업의 마케팅 수단인 데다 보조금을 많이 주면 휴대폰을 싼 값에 살 수 있는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에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51.8%를 차지했다. 반면 '고객들마다 천차만별로 보조금이 지급돼 같은 휴대폰도 누구는 싸게, 누구는 비싸게 사는 부작용을 없애려면 규제를 해야 한다'는 답변은 47.2%를 기록했다.스마트폰 시대에는 새로운 보조금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현재 법정 한도액인 27만원은 4년 전 '피처폰'시절 이통3사 영업보고서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단말 가격이 높아진 지금은 한도액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41.2%를 차지했다. 이 중 28만원 이상~37만원 미만은 8.5%, 37만원 이상~47만원 미만 12%, 47만원 이상은 20.7%를 기록했다. 가이드라인을 없애고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37.8%에 달했다.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1%에 그쳤다. 가계통신비를 낮추기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는 '이통사가 요금을 낮춰야 한다'(38.6%)가 가장 많았다. 이통사가 지난해부터 가입비 단계적 폐지와 같은 정책을 내놓았지만 국민들이 통신비 절감 효과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어 '휴대폰 가격이 하락해야 한다'(27%)가 2위를 기록해 단말 출고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반영했다. 이 밖에 통신서비스·휴대폰 분리 판매(15.3%), 다양한 가격대의 통신요금제 등장(13%), 알뜰폰 활성화(7.8%)가 뒤를 이었다.  

◆국회의원 "그래도 보조금은 규제해야"= 한편 국회 미방위 소속 국회의원 23명 중 19명(새누리당 10명, 민주당 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8명(95%)이 '영업정지가 중소 제조사·유통점에 타격을 미치고 소비자의 불편을 초래하는 반면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영업정지 처분이 효과가 있을 것이란 답변은 1명에 불과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의원들은 "이통사에게 경각심을 일으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유통망에 피해를 미치는 만큼 다른 제재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영업정지 처분보다 과징금을 징수하고 이를 소비자에게 요금 인하로 혜택을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부가 보조금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는 여야가 같은 입장이었다. 응답자의 17명(89%)은 '규제해야 한다'고 답했고, 자유롭게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2명(11%)에 불과했다. 여당 A의원은 "보조금은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자의 이통서비스 진입 장벽을 낮추는 순기능도 있었지만 지금은 과도한 경쟁으로 심각한 이용자 차별을 초래하고, 서비스 경쟁과 단말기 가격경쟁을 저해하는 역기능이 훨씬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B의원도 "규제로 보조금이 투명화된다면 통신사의 과도한 마케팅비가 줄어 장기적으로 요금 인하를 촉진할 것"이라고 답했다.지금의 보조금 수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의원들도 동의했다. 최대 27만원의 현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은 3명에 그쳤고, 나머지 16명(84%)은 가이드라인을 인상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기준을 마련하자고 답했다. 여당 C의원은 "정부가 새로운 가이드라인 산정을 위해 세부적 방안을 검토하는 상황인 만큼, 이통사와 소비자단체 등과 긴밀한 협의를 거쳐 적정 수준을 제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야당 D의원은 "오늘날 스마트폰 시장 환경 변화에 맞게 정교한 분석과 검토를 거쳐 수준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면서 "매출액, 소비자 부담 등을 고려하고 이통사의 원가 등도 다방면으로 분석한 후 정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가계통신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단말 구입 가격을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전체 답변(복수응답)의 35%를 차지했다. 통신사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을 묶어 내는 지금의 구조를 고쳐 통신서비스^휴대폰 분리 판매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27%를 차지했다. 이 밖에 알뜰폰 활성화(16%), 다양한 가격대의 통신 요금제(10%), 통신사 요금수준의 인하(5%) 등이 제시됐다.의원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여당 E의원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단통법 제정과 이를 뒷받침할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장 경쟁이 보조금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F의원은 "궁극적으로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향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심나영 기자 sny@asiae.co.kr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권용민 기자 festym@asiae.co.kr윤나영 기자 dailybes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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